로스차일드 1. 돈의 예언자 니얼 퍼거슨
<왜 오수재인가>를 보고 있던 중이었다. 갑자기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끝에 로스차일드가 먼저 떠올랐다.
나쁜 놈들은 참 부지런하다는 생각부터 시작한 것 같다. 그런데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은 그게 억울하고 분하고 화가 나고 그러다 체념하는데 오수재는 이 악물고 그놈들의 방법을 배우고 꿰뚫어 그놈들 머리 꼭대기로 올라가 짓밟아버리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 오수재는 최태국이라는 스승이 눈앞에 있었는데 난 어떤 놈을 연구해보지? 최근에 내가 욕한 놈은 누구였지? 그렇게 한 명, 한 명을 떠올리다가 결국 200년이 넘도록 독보적인 금융 가문이었고 숨겨져 있어 온갖 음모론과 루머로 가려져 있는 로스차일드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모든 악의 중심에 돈이 있다면 가난한 유대인 상인에서 세상에서 가장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 된 그들부터 파헤쳐 봐야 할 것 같았다. 첨엔 아 나쁜 놈들, 부지런하기도 하지, 부지런한 개새끼들을 연구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조금 더 본격적이고 멀리 가버리고 말았다. 근데 시동이 걸리면 일단 나서는 타입이라 벽돌책 두 권을 끌어안고 사서 고생을 하고 있다. 심지어 지리멸렬하고 재미도 없다.
이 책은 두 권 중에 1권이고 1798년 ~ 1848년까지 로스차일드 가문의 이야기를 다룬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마이어 암셀의 어린시절까지 거슬러 가면 조금 더 이른 시기부터 시작되지만 1798년은 나탄이 영국으로 넘어간 이후부터 본격적인 로스차일드 가문의 번영이 시작되기 때문에 이 시기부터 카운트를 하는 것 같다. 프롤로그를 살짝 지나면 어마어마한 가계도가 나온다. 이 가문은 그들의 돈이 다른 사람들에게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족내혼을 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정말 족보가 엉망진창이다. 그림을 그려가며 1권을 읽고 나면 대충 마이어 암셀과 그의 다섯 아들, 그리고 몇몇 손자들까지는 알게 된다. 오늘 2권을 읽기 시작했는데 2세대들의 결혼 이야기가 나오고 나니 이 사람들을 아는 게 중요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해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마이어 암셀은 프랑크푸르트에 살던 유대인 골동품 상인이었다. 그 당시에 유대인들은 정해진 지역 내에서만 살아야 했는데 프랑크푸르트 게토 내의 유덴가세를 벗어날 수 없었던 운명을 스스로 개척했다. 그의 성공 비결은 '희귀 동전'이라는 자신의 스토리와 강점을 토대로 정치세력과 왕실에 접근하고 뇌물과 희귀 동전으로 그들을 회유하고 빚진 마음이 들게 한 뒤 돈거래를 시작했다. 돈과 정보와 정치와 뇌물. 이것이 시작이었고 비결이었다. 여기에 혁명이라는 시대상과 모든 것을 베팅할 수 있는 배짱이 로스차일드 가문을 일으켰다.
첫째 암셸은 프랑크푸르트에, 둘째 잘로몬은 비엔나, 셋째 나탄은 런던, 넷째 칼은 나폴리, 다섯째 제임스는 파리에 각각 자리를 잡고 로스차일드 은행을 운영했고 당시 유럽 금융의 중심지에서 정보와 돈을 서로 교환하며 로스차일드 은행은 국제은행으로서 자리 잡았다. 런던의 나탄은 이들의 총사령관 역할을 했다. 정보망을 통해 워털루 전쟁의 결과를 미리 알고 영국 국채를 대규모 매도한 후 사람들이 따라 팔아 영국 국채가 폭락했을 때 저가로 엄청난 양을 매수하여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는 건 이미 유명한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 이전에 나탄이 이미 런던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 개미핥기 수법이 가능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계를 돈으로 장악했고, 남들보다 한발 빠른 정보를 유리한 방법으로 사용할 줄 알았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도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금융시장에서도 흔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니까. 지금까지도 전수되어 내려오는 걸 보면 이건 정말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인가 보다.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관점에서도 기억해둬야 하는데, 정말 세상을 제대로 보려면 지금 일어나는 일이 왜 일어나는지, 누구의 돈으로 움직이는 것인지 관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유대인 국제은행이 세계 최고 부자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비가 있었겠는가. 구구절절 아주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성공의 바탕은 이들이 채무자로 상대했던 대상이 국가였고, 국가를 상대로 돈으로 쌓아올린 신뢰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려운 시대였지만 정계에 공들인 대가는 아주 크고 달았다.
대를 이어 내려오면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교육을 받게 되지만 절실함과 배포는 확연하게 줄어들어 보수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치고 그 밖으로 벗어나는 사람은 완전히 배척하는 것으로 가문을 이어나간다. 사촌과 결혼을 하고 조카와 결혼을 한다. 여성과 사위는 사업을 할 수 없다. 왕족만큼 폐쇄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어 이들은 유대인의 왕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마음 급한 나는 그래서 지금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가 너무 궁금한데...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라는 프로그램에서 로스차일드를 다룬 적이 있어 찾아보았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이 아니라 「250년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이라는 책인데 프레드릭 모턴이라는 유대인 작가가 쓴 책으로 소설처럼 쓰여졌다고 하니 이 책이 훨씬 읽기 쉽고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이 책도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았다. 집중력이 욕심을 따라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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