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밀리의 서재의 인기차트에서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처음 보았을 때 「불편한 편의점」을 떠올렸다. 「불편한 편의점」도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단숨에 읽어버렸는데, 주택가에 있는 평범한 편의점에 알코올 중독에 노숙자였던 사내가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불편한데 묘하게 편해지는 위로가 되는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도 예상했던 대로 「불편한 편의점」과 비슷한 포맷의 이야기였다. 휴남동에 골목에 위치한 서점을 배경으로 서점의 주인과 직원, 손님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책을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불편한 편의점」보다 더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내 서점을 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을텐데 대리만족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서점이 우리 동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편이라 더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휴남동 서점은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서점과 카페를 겸한 북카페이다. 책만 팔아서는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카페를 겸하는 경우가 많다. 서점의 사장인 영주는 카페를 담당할 아르바이트를 구하게 되고, 민준이 그 자리를 맡게 된다. 처음엔 이런 데 서점이 있네, 호기심에 들여다보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방문을 하고, 입소문이 나서 일부러 여행하듯 찾아오는 손님들도 생긴다. 서점을 지속시키기 위해 작가님과 미팅의 자리도 만들고, 글쓰기 강좌 같은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도 운영한다. 내가 방문을 해본 북카페나 독립서점, 동네서점들의 운영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낯설지 않았다. 개성 있는 서점으로 자리 잡고 살아남는 것, 가능할까?
왜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하루아침에 지금 이곳에서의 삶을 버리고 다른 삶으로 떠나는 사람들. 도착한 곳에서 그 사람들은 행복할까요?
민준은 그 남자가 도착한 곳에서 행복했을지 불행했을지는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는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 거라는 사실이었다. 누군가에겐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오늘의 삶과 완전히 다른 내일의 삶.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내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 남자의 내일은, 꿈을 이룬 이의 전형이지 않을까 싶었다.
완벽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없다. 누구나 저만의 고민이 있고 상처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책에서 치유의 방법을 찾고 위로를 받는 부류의 사람이 있다. 나 역시 책을 파고드는 사람으로서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소설책에서는 밑줄 긋는 일이 많이 없는데 한 페이지 건너 한 장씩 줄을 그으며 이야기와 문장들을 즐겼다. 고민들이 모두 내 고민 같아 함께 응원했고 그게 위로가 됐고 그 과정이 재미있었다.
예전에 막연히 서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점을 운영하는 책들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때가 특색 있는 독립서점들이 유행하기 시작하던 시점인 것 같은데 지금처럼 북카페가 성행하던 시절은 아니었고, 서점들은 하나같이 책을 팔아 생계를 이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이럴 것 같으면 그냥 책방을 운영하는 걸 상상하면서 글을 쓰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걸 현실로 구현해 낸 책이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인 것 같다. 아이디어를 무엇으로 만들어내는 힘. 그게 내게 필요한 건데, 지금도 어째 아이디어만 넘친다. 요즘은 에너제틱한 사람들이 제일 부러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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