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 볼까? 김중혁
하루가 무료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처방전 같은 책이다. 하루하루를 신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100가지라는 부제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갖가지 하루를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요즘은 어떻게 하면 잘 놀 수 있을지만 생각한다. 딱 1년 동안만 더 살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놀 방법을 수집하던 내게는 이 책이 꽤 유용했다. 작가적인 놀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더 의미 있었다고나 할까. 대화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보지는 않았는데도 김중혁 작가님의 신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소설가의 글을 읽으면 스토리텔링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이런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샘솟으면서 나도 모르게 흥이 나고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뭐든 하고 싶어 자꾸 엉덩이가 들썩인다.
로이 블라운트 주니어의 말을 좋아한다. "뉴욕 걷기는 운동이 아니다. 그건 지속적으로 당신의 영화를 상영하는 행위다." 내 식으로 덧붙이자면 이렇다. "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걸어다니는 것은 운동이 아니다. 그건 자신만의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이다." 주변의 소리를 들으면서 걷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모든 소리를 차단하고 나만의 BGM을 들으며 걷는 것도 좋다. 정말 내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주변의 풍경과 건물이 세트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어폰을 꽂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그런데 로이 블라운트 주니어는 누구지?
아, 작가이군요.
일본의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자신의 연출 목표를 이렇게 말했다. "(내 연출의 목표는) 영화 속에 그려진 날의 전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그 사람들이 거기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영화관을 나온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 줄거리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내일을 상상하고 싶게 하는 묘사. 그 때문에 연출도 각본도 편집도 존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걷는 듯 천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문학동네)
이야기 속의 사람들의 다른 이야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찰나에 이 글을 만나니 또 이 분이 누군지 궁금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잘 보지 않다보니 몰랐는데 일본 영화의 거장 감독이고, 한국에서도 작업을 많이 한 분이구나. 저 구절을 읽고 나니 저런 철학을 가지고 영화를 찍는 분의 영화를 꼭 보고 싶다. 이렇게 또 놀이가 하나 생긴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을 땐 밑줄을 긋거나 책 귀퉁이를 접어두거나 낙서를 할 수 없으니 플래그나 포스트잇을 이용해서 정리해 둘 부분을 표시해 둔다. 이 책은 저자가 책 앞부분에서 말했듯이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보다는 소장해서 마음에 드는 부분을 마음껏 활용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책에서 소개한 아이디어를 내게 접목하는데 새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이 생겨나서 메모해두고 싶은 게 많았다. 언제 써먹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매일 열심히 놀고 싶은 의지가 샘솟았다. 그렇지만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시간이 많고 놀고 싶은 사람에게 유용할 책이지 사회생활에 지친 지인에게 힘내라며 건네기엔 약 올리는 것 같이 느껴질 거 같다.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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