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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000]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재영 책수선

by 신난생강 2022.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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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재영책수선

재영 책수선은 어느 날 트위터에서 알게 되었는데, 책을 사랑하는 사람 입장에서 책을 수선한다는 아름다운 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으므로 팔로잉해두고 작업들을 보곤 했다. 책이 나왔다는 것을 본 지도 꽤 된 것 같은데, 보고 싶다 생각만 하고 한참이 지났다. 리디북스에 쓰시던 연재와 새 글을 모아 묶은 책이라고 한다.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어떻게 책 수선가가 되었을까, 어떻게 하면 책 수선가가 될 수 있을까는 늘 듣는 질문이라고 하는데 낯선 일이다 보니 나도 항상 궁금했었다.

‘책 수선가’라고 자신을 소개하기까지 명칭에 대한 고민을 한 내용이 책에 나온다. 책이지만 넓게는 종이를 다루는 일이고 그건 사전적 의미로도 수리나 복원 같은 것보다는 수선에 가까우며, 책 수선에도 옷 수선이나 구두 수선처럼 친숙함이 깃들어 망가진 책을 고쳐가며 읽는 것이 일상적인 경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한다.

저자는 한국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 이 분야를 접했다. 책 보존 연구실에서 3년 6개월을 일하며, 칼질, 풀질부터 새로 배우고 하루 4~6시간씩 도서관의 책을 고쳤다. 보통 책 수선의 수요는 주로 도서관일 것 같은데 개인사업자로서 책 수선가의 영역이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다. 스스로 내 일의 명칭을 정하고, 개인 작업실과 독보적인 영역을 갖는다는 것이 멋있게 느껴졌다.

트위터에서 만난 재영책수선은 작업의 결과 위주로 보게 되다 보니 자세히 그 과정을 알 수 없었는데, 책으로 작업 과정과 전후 변화 내용, 책 속에 담긴 사연까지 함께 보니 그 전문성이 더 돋보였다. 책의 배면 클리닝이 가장 흔한 수선 내용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책에 절대 스카치테이프를 붙이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책 수선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가능했다. 이 정도면 그냥 마술 아닌가 하며 책을 읽었다.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책’이라는 물건 자체를 아끼고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에 낡으면 낡은 대로, 쌓이면 적당히 버리면서 아무 데나 아무렇게나 책을 두고 사는 사람이라 책수선의 필요를 잘 못 느끼지만 만약 내 할머니가 내게 남긴 러브스토리가 담긴 일기장이 있다거나, 사랑했던 연인이 생전에 아낀 책 같은 게 있다면 누구나 깨끗한 상태로 보관하며 두고두고 보고 싶을 것이다.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니, 아무도 내게 책 같은 걸 남기지 않았지만 하나의 보험이 생긴 기분이 든다.

도서관 보존실에 있는 책을 빌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어릴 때 읽던 동화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 졌고, 일기장에 일기를 써서 남겨두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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