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000] 풍덩! >> 행복은 공짜가 아니다

풍덩!, 우지현

틈만 나면 여행을 가는 친구가 있다. 일이 끝난 늦은 밤에 근교 펜션에서 야간 수영을 즐기고, 하루라도 시간이 나면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여행에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귀찮거나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녀 왈. "여행은 내 행복 기금이야." 돌이켜보면 정말 그렇다. 행복에도 비용이 든다. 실질적인 금전은 물론이거니와 행복을 위한 시간과 노력, 인내, 정성, 수고 등에 따르는 경비를 전부 지불해야 한다. 행복을 찾기 위한 투자금, 혹시 모를 불행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료, 그리고 행복을 지키고 간직하기 위한 유지비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누군가 행복해 보인다면, 그는 엄청난 자본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행복해지기 위해. 행복은 공짜가 아니다.

「풍덩!」의 부제는 완전한 휴식 속으로이다. 우지현 작가님은 물에 기대어 쉰다고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수영에 관련된 그림과 함께 휴식에 관한 에세이가 실려 있다. 통창의 카페에 앉아 햇살을 고스란히 받으며 그림과 단상들을 조용히 보다 보면 어느새 평온함이 몸을 감싼다. 이토록 휴식에 어울리는 순간이라니. 카페와 책이 내게는 휴식이구나 깨닫게 된다. 옆에서 맥북을 두들기고 있는 반달씨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누룽지 그거 뭐지?" 물었다. 내게는 이게 휴식이야, 이거면 되는데, 이렇게 소박한데, 이렇게 쉬운데, 이렇게 말을 쏟아냈다. 둘이서 그거 뭐였더라 누룽지인데 하면서 웃었다.

 

 

평생 소원이 누룽지

(속담) 기껏 요구하는 것이 너무나 하찮은 것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얼마 전에 트위터에서 이런 귀여운 속담이 있다는 것을 보고 반달씨에게 알려줬었는데, 그게 제대로 생각이 안나서 '뭔 누룽지'가 된 거였다.
그렇지만 행복은 공짜가 아니다. 그 순간도 카페에 가기까지 나의 비용에 더해 데려다 준 반달씨의 시간과 수고로움과 비용까지 고스란히 들었다.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책을 볼 수도 있다. 그 순간도 물론 행복하다. 그렇지만 시간과 비용을 들이면 행복은 조금 더 커진다. 기꺼이 행복을 쟁취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얻은 또 한 가지 킬링 포인트가 더 있다.

휴식이란 스스로에게 쉼을 허락하는 일이라는 것. 그러니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휴식이 아니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죄의식을 갖지 않는 것이 휴식이다. 휴식을 허락하지 않는 한, 주말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군다고 해서, 제주도에 가서 한 달간 산다고 해서 제대로 쉬었다고 보기 어렵다. 어디에 있든, 얼마의 시간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마음 놓고 쉬는 것. 나 자신에게 온전히 휴식을 허할 때 진정한 쉼에 다다를 수 있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죄의식을 갖지 않는 것이 휴식이라니, 이게 휴식이어서 그동안 그토록 피곤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그렇지만, 자기 검열이 심한 사람이다. 고치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 습관 같은 건데, 내가 다니던 정신과 원장님이 이런 류의 사람이 많다고 했다. 칭찬 받아야 했던 유년기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인데 늘 남들이 하는 노력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하며 살기 때문에 삶이 항상 지치고 힘들게 느껴지는 거라고 한다. 자꾸 뭔가를 해서 지금 상황을 이겨 내려고 하지 말고, 노력을 안 하도록 해야 한다고. 내가 하려는 것의 80%만 해도 남들이 노력 하는 것보다 많이 하는 거니까 스스로를 좀 내려두라고 했다. 책을 읽는 게 내게 휴식 같은 거지만, 결국은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내일을 위해 블로그에 기어이 기록하는 것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아직 멀고 먼 길이다.

사람이 살면서 참 많이 노력하고 사는데, 기왕이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완전한 휴식을 위해서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것 같다. 내가 2022년 목표로 '쉽게 살자'라고 적어놓았던데 쉽게 사는 것, 이게 참 쉽지 않을 것 같다.

 

---

ACTION PLAN 1. 휴식이 되는 몰입의 순간들을 5가지 만들기
ACTION PLAN 2. 이 책의 목차를 적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