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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최재천의 공부 : 자연을 가까이 하면 최소한 똑똑해진다

by 신난생강 202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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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공부 최재천 안희경


제대로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가장 먼저 떠올린 책이 [최재천의 공부]였다. 작년에 이 책이 나왔을 때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미루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잊지 않았고 [최재천의 공부]가 떠올랐다. '어른'이라는 말을 떠올렸을 때 최재천 교수님의 웃는 모습과 어린이에게 눈맞춤하기 위해 무릎을 꿇으신 모습이 생각이 났다. 이 어른에게 무언가를 배운다면 진짜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잊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교육이 변해야 한다고 항상 목소리 내어 주신 것도 잊지 않고 있었다. 그 '어른'이 어떻게 공부했는지,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지를 말씀해 주신 것이니 귀 기울여 보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 책의 도입부 어디엔가 "사람은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된다"라고 말하는데 이 말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며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길잡이가 된다. 사람은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되기 때문에 분야를 넓혀 알아나갈수록 너그러워질 수 있다. 국영수 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 동식물을 알게 되면 함부로 자연을 해치는 행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발아래 개미들을 알고, 물속의 작은 물고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지 못하더라도 무언가 좋아해서 열중하는 친구가 있다면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 친구 덕분에 친구가 좋아하는 분야를 하나 더 알게 될 것이고 그만큼 내가 사는 세상이 넓어지는 것은 덤이다.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땐 '읽기, 쓰기, 말하기'라는 부제가 붙은 3부의 내용이 당연히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장을 덮고 나니 이 책의 묘미는 5부 '섞이면 건강하고 새로워진다'에 있었다. 우리가 얼마나 편협한 환경에서 배웠고, 결국 그 연장선에서 사고할 수밖에 없으니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편협함을 대물림하면서도 잘못인지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다. 물론 현재 학부모라면 이것을 읽고 감동을 받았더라도 나 혼자 당장 무엇인가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잘못된 교육이 어떻게 변화하는 것이 좋은지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막연하게 우리 교육은 틀려먹었으니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어른이라 공부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읽어야 한다. 그 생각도 틀렸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공부의 개인적인 영역에서는 내가 전혀 관심이 없었거나 거부감이 드는 영역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해 볼 용기가 생겼다. 무엇인가 싫다고 느껴진다면 내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 너그러워졌다.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제대로 질문하고 파고들어 그 안에서 무엇인가 배워야 한다.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배우는 태도가 필요했다.
사회적인 영역에서는 우리 교육이 어떤 환경으로 변했으면 좋겠다는 큰 그림이 생겼다. 내신의 비중을 올리느냐 수능의 난이도를 조정하느냐 하는 차원의 변화가 아닌 좀 더 거시적인 논의가 필요한데, 이런 논의의 장이 있다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고 내 목소리를 얹어야겠다 다짐했다. 현실적인 대안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변화의 방향을 꾸준히 제시하고 그 방법을 찾아가는 분들을 더 많이 알게 되면 좋겠다.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고, 누구나 배우고 싶으면 부담없이 무엇이든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100세 시대에 20대에 배운 지식으로 평생을 먹고살 수 없다는 말에 공감한다. 생각만으로도 지루하다. 살다 보니 대학에서 이런 것을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 싶은 것들이 있는데, 직장인들도 혹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그렇게 배우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사교육이 아니라 내 주변의 학교에서 학비 걱정없이 배울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나는 지금 배우고 싶은 것이 참 많다.
먼저 숲을 배우고 싶다. 자연속의 동식물을 알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숲을 찾게 될 것이고 숲을 걷는 것이 얼마나 친숙하고 즐거울까. 이 꽃이 곧 피겠지, 저 열매가 곧 익겠지, 벌들이 이렇게 움직이는데 이게 무슨 뜻이겠지 이런 자연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모든 걸 그냥 지나치기 힘들것이다. 숲 속에 있으면 온 세계가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숲 속의 나무 이름, 풀이름, 새의 이름을 척척 아는 사람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리고 철학을 배우고 싶다. 이과생이라 인문학 근처에도 못 가본 것이 한이 된 사람이 나다. 인문학 같은 건 밥 먹고 사는 데 필요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게 만든 그 모든 사람들을 저주한다.
예체능도 배워야지. 도대체 국영수만 주구장창 공부하게 했던 어른들은 예체능이 사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정말로 몰랐던 걸까.
나는 내가 경제학이나 재테크, 정치, 사람들의 심리나 세상 돌아가는 걸 배우고 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 글로 쓰고 보니 내가 생각했던 나와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됐다. 숲과 철학과 예체능.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공부인 것 같고, 이제야 내가 선택한 길과 맥락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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