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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조선 여성 첫 세계 일주기 _ 나혜석

by 신난생강 2023.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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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성 첫 세계일주기>를 읽었다. 1927년 부산진을 출발하여 만주, 하얼빈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폴란드와 독일을 거쳐 파리까지 갔다.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곳곳을 여행한 뒤에 크루즈를 타고 뉴욕으로 건너가 미국 횡단을 한 뒤 하와이, 일본을 통해 다시 부산까지. 1년 9개월 여정의 세계일주.
약 100년 전인데 여행기를 읽으면 지금의 관광코스와 크게 다르지 않아 놀라곤 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더 익숙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100년이란 시간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나혜석이 살던 시대와 지금의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는 확연하게 달라졌지만 여전히 일과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고 어려워하는 것이나 연애 스캔들의 피해를 고스란히 여성이 지는 것처럼 어떤 면에서는 큰 발전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번에 꼬꼬무에서 나혜석을 다룬 편을 봤던 기억이 있어 다시 찾아보았고, 더 오래전에 KBS에서 만든 프로그램도 찾게 되어 함께 보았다.
가볍게 나혜석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꼬꼬무만으로도 충분하고, 나혜석의 커리어까지 더 깊게 알고 싶다면 역사저널 그날까지 함께 보면 도움이 된다.

https://youtu.be/rcN6J3ln8w0


https://youtu.be/VuHr0OdGFjg


나혜석은 신여성이란 말에 딱 걸맞는 인물이었다.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일에 거침이 없었고, 여성의 권리를 주장했다. 교육을 받아 깨우쳤으니 앞장서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던 선각자였다. 좋은 환경에서 부유하게 자랐고,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셀럽이었다. 남편은 일본의 관리였고 그래서 그 시절 세계여행도 다닐 수 있었다. 그런 환경이라면 철저하게 권력을 추구하며 안주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안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여성의 권리를 말하는 데 앞장섰다는 것이 멋있게 느껴졌다. 친일을 한 남편의 돈과 권력으로 부귀를 누리며 하고 싶은 걸 했던 여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만주에서는 남편의 이름을 이용해 독립투사들을 도왔다고 하니 그 부분은 조금 더 들여다볼 여지가 있는 것 같다.  

셀럽은 스캔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일까. 한 시절의 연애 탓에 그 모든 커리어가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 참 안타깝게 느껴졌다. 어려웠던 시대에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던 사람이었지만 불륜 스캔들에서 여성은 자유로울 수 없었다. 부당하다 목소리를 낼수록 세간의 비난은 커지기만 했다. 잠깐 그림을 그려 재기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화재로 작품이 모두 불타버리는 불운까지 겹치며 나혜석은 화려했던 삶을 등져야 했다.

나는 항상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는 예술가를 동경했고 자유로움을 추구해 왔다.
백 년쯤 전에 이 모든 것을 한 바구니에 담아 가진 사람이 나혜석이다.
동시대에 살았다면 나도 나혜석을 시기하며 미워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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