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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공부의 위로 : 서울대 모범생의 대학 교양 공부 기록

by 신난생강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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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위로 곽아람



모범생을 위한 변명이라는 서문은 ‘나는 오랫동안 모범생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겼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다음 단락의 첫 문장은 ‘나는 오랫동안 우등생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겼다.’이다. 모범생이고 우등생이었다 고백하는 저자는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인데 서울대 고고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사 학위, 박사 과정 수료, 뉴욕대학교 IFA에서 방문연구원, 크리스티 에듀케이션 뉴욕의 아트비즈니스 서티피컷 과정을 마쳤다고 책갈피에 공부 이력이 기록되어 있다. [공부의 위로]는 단단하게 공부를 한 사람이 공부에 대한 애정을 담아 쓴 책이다.

씨를 뿌리는 행위에 해당하는 교양 공부. 실용적인 학문에 밀려나버린 대학의 교양 수업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담아 저자는 약 20년 전의 대학시절에 교양 과목을 공부했던 기록을 꺼내어 학년별로 정리했다. 일단 무려 20년 전의 기록이 이토록 세세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최근 박스에 담긴 내 기록을 정리했을 땐 부끄럽고 보잘것없는 일기가 전부였는데,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내가 살아온 삶에 회의 같은 게 느껴졌다. 성공한 사람들이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고 알려주면, 많은 사람들이 “너는 좋은 대학을 나와서, 너는 잘 생겨서, 너는 집이 부자여서 그럴 수 있었던 거고 나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는 걸 듣고서 사람들이 참 못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출발선이 다른 사람을 따라가기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나도 하고야 말았다. 똑같은 대학 4년을 이렇게 단단한 공부를 한 사람과 보통의 사람들은 같은 세상에 살고 있어도 같은 선에 설 수 없을 것 같다.

격차, 그걸 알게 됐다.
빈부격차는 많이 겪어봐서 뼈 아프게 잘 알지만 그 격차는 뛰어넘을 수 있을 가능성이란 영역에 있다고 느껴지는데 반해 양질의 공부가 쌓여서 만들어지는 교양이란 데서 오는 격차는 차원이 다르게 닿을 수 없는 느낌이 들어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20대 때엔 이걸 반대로 알았고 그래서 지금 내가 이런 후회를 하는 거겠지만, 인생에는 각 단계마다 거쳐야 할 과제가 있고 그 시기에 하지 않고 넘어가면 언젠가 더 큰 에너지를 들여서 하게 된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될 수는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거짓으로 꾸밀 수 없는 삶의 태도가 좋은 토양에서 싹터서 자라온 시간의 간극을 금세 따라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대학 신입생들이 꼭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꼰대 같은 생각인가.

직업학교 같은 대학에서 실용학문을 배워 그걸로 지금껏 먹고 살아온 내게 공부란 것은 선망의 영역이었다. 어설픈 지식이 아니라 책상에 묵직하게 앉아 고전을 읽고 해석하며 나의 논리를 만드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그것이 인문학이고, 나의 토양에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무시하고 살지는 않을 것이다. 낯선 세계에 발을 들여보는 것, 어렵더라도 끝까지 가보는 것, 늦었지만 천천히 조금씩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최재천의 공부]에서 사람은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했다. 배척하고 싶고 거부감이 생긴다면 내가 몰라서 그렇구나 하고 공부를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제는, 공부를 왜 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보드라운 마음으로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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