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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146] 신의 물방울 18-20_ 12사도의 의미

by 신난생강 2022.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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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사도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었어!"

 

시즈쿠는 미시마 사장님의 결혼식에서 준비된 다섯 가지 와인이 인생 이야기에 비유된 것을 보며 12사도의 의미도 이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버지가 낸 숙제의 의미의 일부는 아마도 그것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마다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미 시즈쿠와 잇세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거기에서 의미를 찾고 있었다. 12사도를 모두 풀었을 때 이 둘은 와인 세계에서의 성장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훨씬 풍요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떻게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었는지 깨달으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감사한지, 무엇이 소중한지, 그래서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할지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성장이란 결국 그런 것일까. 

 

나는 시즈쿠나 잇세의 천재성에는 공감하지 못한다. 그저 동경할 뿐. 

세상은 항상 기울어져 있지만 불평만 하다가는 미끄러져 떨어지고 만다. 그렇지만 미끌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도, 기울어진 세상을 거꾸로 올라가려는 시도도 모두 응원한다. 누군가는 성공할 것이다. 패기 있던 시절엔 그게 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버티기를 그만두었다. 내 자리는 내 기준으로 찾아보기로 했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크게 의미없는 「신의 물방울」을 계속 읽는 이유는 선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을 보는 게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오랫동안 '희망이 없다'는 무기력에 빠져있었다. 누군가는 나에게 이상주의자라고 비난하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은 세상이 원래 그런 거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주저앉고 싶지는 않았다. 나도 점점 내 것만 지키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남들의 불행 같은 건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내가 사는 테두리 안에서 좌절하고 무기력해지지 말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좋은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을 많이 보고 싶다. 표본이 커지면 좋은 사람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고, 도움이 된다면 나도 기꺼이 내가 가진 가장 좋은 와인을 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타이요 맥주 와인사업부는 직장이라기보다 공동체 같은 느낌이 들어서 따뜻하다. 꼭 카와라게 부장님을 지킬 수 있기를 응원한다. 

 

또 하나. 나는 와인을 마시지도 않고, 앞으로도 크게 좋아하게 될 것 같지 않지만 앞으로는 와인 산지를 지나친다면 그 땅을 보게 될 것이고, 열매의 품종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레스토랑에서 와인 한 잔 정도는 시도해 보는 사람이 될 것 같다. 프랑스의 고급 와인도 한 번쯤 기꺼이 도전해 볼 마음이 생겼고, 와이너리 투어 같은 것도 해보고 싶어졌다. 옛날엔 '나의 것이 아니다'라고 지나쳤을 세계에 문을 조금 열어두게 된 것이다.   

 

개별적 삶은 모두 다르고 그래서 하나하나 특별하다. 하지만 와인의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한 설명만으로도 거기에 꼭 맞는 단 하나의 와인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은 만들어진 이야기인 탓이 크겠지만, 각각의 특별함 속의 보편적 정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시즈쿠도 잇세도 각자 다른 과거를 떠올리지만 결국 하나의 와인으로 수렴하듯이 말이다. 어쩌면 희망은 가장 보편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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