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 이나가키 에미코
「퇴사합니다」 이나가키 에미코 작가의 또 다른 책.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가 전기로부터의 탈출기였다면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냉장고 없이 살면서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재미있는 걸로 따지자면 전기 탈출기가 더 재미있지만 냉장고 없는 삶에 대한 동경은 이 책을 흥미롭게 읽는 동력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더 흥분이 되는 건, 앞으로 여행을 시작하면 나도 냉장고 없는 삶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리 경험한 이나가키 에미코 작가의 지혜를 빌려보기 위해서도 내겐 필요한 책이었다.
밥과 된장국과 쌀겨 절임으로 식사를 한다. 식단을 간소화시키면서 일단 밥맛을 알게 되었다. 현미밥을 먹기 위해 하루 동안 현미쌀을 불린 후 냄비로 밥을 한다. 냄비 밥을 하는 요령도 알려주는데 일단 물은 손가락 한마디 정도를 넣고 센 불에 끓인다. 물이 끓으면 뚜껑을 열고 끓이면서 물을 날린다. 밥 위로 구멍이 송송 뚫리는 게 보이면 불을 끄고 뚜껑을 닫고 뜸을 들인 후 밥을 먹는다. 뚜껑을 열고 보면서 끓이니까 애초에 물의 양에 크게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밥이 질게 되면 죽을 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기며 죽을 끓이면 되고, 된 밥이 되면 볶음밥을 해 먹을 기회로 여기면 된다. 밥은 나무통에 옮겨 보관한다. 에도시대 드라마를 보다가 얻은 아이디어다.
이 책의 포인트는 '햇빛과 바람에 말리기'였다. 먹고 남은 채소는 일단 햇빛과 바람에 말린 후 먹으면 맛도 좋고 조리 시간도 줄일 수 있다. 물론 애초에 적게 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말린 채소를 그릇에 붓고 뜨거운 물과 된장을 풀어 잠깐 놔두면 된장국이 된다. 말린 채소에서 나오는 채소 물로 육수를 대신한다. 그리고 남은 채소를 쓰는 또 다른 방법은 쌀겨 절임으로 만드는 것. 쌀겨 절임은 예전에 <달팽이 식당>이라는 일본 영화에서 본 후로 일본 음식의 마술 같은 것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는데 역시나 이 책에서도 마술로 표현된다. 그냥 넣어두고 휙휙 휘저어 야채를 찾아 먹으면 반찬이 되는 마법.
채소는 말려두면 햇빛이 적당히 익혀주기 때문에 조리 시간이 덜 드는 것은 물론이고 채소의 맛이 응축되기 때문에 훨씬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으면 상해버린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썰어서 햇빛과 바람에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니. 제철 채소를 먹고 직접 밥을 지어 먹고 소박한 따뜻한 국물을 곁들여 꼭꼭 씹어 음미하며 먹는 식사... 쉬워 보이는데 왜 상상 속에만 있는 걸까.
채소를 말려보자.
우리 된장으로도 끓이지 않는 된장국이 되는지 실험해보자.
냄비밥을 지어보자.
냉장고 사용을 줄여가자.
재미라고 느껴야 하는 것이니 너무 무리하지 말고 조금씩 생활에 담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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