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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by 신난생강 2022.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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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이나가키 에미코

 

「퇴사하겠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 작가의 다른 책이다. 이나가키 에미코 작가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서 밀리의 서재에 담아놓기만 하다가 갑자기 이 책들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퇴사하겠습니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연장선에 있는 이 이야기를 당연히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는 개인적 탈원전 프로젝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은 후 작가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자는 주장을 하기 위해 본인이 먼저 전기 사용을 줄이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혼자 살고 있는 집에는 크게 전기를 사용하는 가전제품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남들이 하는 플러그 뽑기, 냉난방 줄이기 같은 것들로는 전기 사용 줄이기에 큰 진척이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전기 사용을 줄이는 게 아니라 아예 전기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보기로 한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 깜깜하다. 하지만 전기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둠에 익숙해질 때까지 일단 가만히 있어보자. 곧 눈은 어둠에 익숙해지고 그러면 움직인다. 어두운 곳에서 샤워를 한다. 그리고 이 생활을 좋아하게 된다.

 

그런 생활을 하던 중 도쿄로 발령이 나면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뜻밖의 복병을 만나게 된다. 새집은 전기화 주택이라는 것인데 가스 대신 모든 에너지를 전기로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곳이었다. 전기가 없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에게 전기화 주택이라니. 다시 전기 요금이 치솟았다. 기본으로 사용하게 되는 비용만으로도 3000엔이 훌쩍 넘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물을 데우기 위해 돌아가는 전기 온수기를 끄기로 했다. 물을 사용할 때 잠깐 틀어서 사용하고 샤워가 끝나면 아예 전원을 끈다. 그리고 유일하게 하루 종일 사용하는 전자제품인 냉장고 전원을 껐다. 그로 인해 생활은 완전히 달라진다. 냉장고에 음식을 저장할 수 없게 되자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냉장고까지 끄고 나니 식생활을 바꿔야 했다. 식생활이 간소해지자 월급이 없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월급을 끊은 생활까지 감행한다.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니 도심의 비싼 집에 살 이유가 없어졌다. 쓰지 않는 제품들을 처분했다. 짐이 없으니 운치 있지만 오래되어 공간이 작은 저렴한 아파트에 살 수 있게 되었다. 전기료는 월 150엔.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이게 바람직한 미니멀라이프 순환 과정인 것 같다. 사실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결심만으로 되는 일도 아니고, 쓰지 않는 물건 몇 개 처분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진심으로 미니멀 라이프가 편하고 즐거워야 한다. '언젠가'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일단 지워야 한다. 심지어 당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도 버릴 용기가 필요하다. 냉장고를 버리고 시작하는 것처럼. 집 안을 둘러보면서 과연 어떻게 이 모든 것들을 처분할 수 있을까 보고 있자니 답답해진다. 무엇까지 버릴 수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요동치고 있다. 앞으로 여행자의 생활은 최소한만 지닐 수 있음에도 편리하고 좋아 보이는 것들에 끊임없이 유혹당한다. 아마도 차에 짐을 싣는 순간이 되어서야 끝이 나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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