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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00] 돈의 탄생ㅣ돈의 현재ㅣ돈의 미래 / 제이컵 골드스타인

by 신난생강 2022.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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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대체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정체되어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개인은 부를 축적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등장한 지폐가 이를 바꿨다. 화폐는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시장이 성장하자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했고 사람들은 하루 일당으로 예전보다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됐다. 이를 계기로 소수가 아닌 많은 사람이 점점 더 부유해졌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기적이었고 생활수준은 지속적으로 높아져만 갔다. 주화가 발명되면서부터 고대 그리스가 집중적으로 성장했던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고대 그리스의 성장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아마도 1200년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기술적으로 가장 발달한 문명은 중국일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예 몽골 제국이 등장한다.

 

홍무제는 중국을 완전히 이상화된 과거로 되돌려 놓고 싶었다. 단순히 몽골 침략 이전이 아니라 경제 혁명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었다. 또한 자급자족하는 농가로 구성된 나라를 꿈꿨다. 사람들이 스스로 필요한 것을 생산해 공유하는 나라 말이다. 그래서 홍무제와 그의 후계자들은 체계적으로 중국의 경제 혁명을 견인했던 요소들을 제거해 나갔다. 그들은 해외 교역을 금지했고 화폐와 시장 중심의 경제 시스템을 버렸다. 그 대신 정부가 소작농으로부터 옷감과 곡식을 거둬들여 정부 관료에게 주던 공물과 재분배로 운영되는 과거의 경제 시스템으로 되돌아갔다.
1400년대 중반이 되자 중국에서 지폐가 완전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은전을 주로 사용했지만 가끔 동전도 사용했다. 홍무제는 중국을 완전히 과거로 되돌려 놨다. 평민들은 200년 전 자신들의 조상들보다 더 가난해졌다. 지폐가 발명됐을 때 나타난 경제 혁명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거의 잊혔다.

 

머니마켓펀드가 불러온 2008년 공황 사태가 주는 핵심 교훈은 '돈을 따라가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금융 시장에서 돈이 흘러가는 곳을 살펴보란 의미가 아니다. 그림자 금융의 관점에서 새로운 종류의 유사 화폐가 탄생하는 곳을 면밀히 살피란 의미다. 사람들이 대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대출을 받는 곳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여기에 돈을 맡기면 은행에 돈을 맡긴 것처럼 느껴진다. 이 말인즉, 지금 당장이라도 완전한 액면가로 인출이 가능한 돈이다. 
1690년 금세공업자들이 발행한 차용 증서, 1930년 은행 예금 또는 2007년 머니마켓펀드 사태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돈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가진 모든 사람이 한번에 그것을 현금화하겠다고 결심하면 또다시 세계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악화될 것이다. 

 

 

제이컵 골드스타인은 이 책에서 화폐는 피와 욕망으로 묶인 사회구조의 핵심 요소라고 했다. 나는 이것을 욕망이 모인 곳에 돈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했고, 반대로 돈이 있는 곳에 욕망이 있을 것이다. 돈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으면 트렌드를 열심히 파악해야 한다. 나는 트위터를 2011년 9월에 가입했다. 당시에는 트위터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과 예술가들이 트위터에 많았고 나는 트위터에서 그들의 고급 취향들을 구경하고 배웠다. 나의 계정은 팔로잉한 계정들의 우아한 세계를 구경하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리트윗해 담아놓는 계정이라 지금도 영향력이라고는 1도 없지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한 SNS 생태계의 트렌드를 지켜보았다. 10년 전 비주류 SNS였을 때 내 타임라인은 그저 좋은 책, 좋은 물건, 맛있는 음식, 멋진 여행지, 예쁜 고양이가 가득한 낭만적인 곳이었다.

 

최근 1-2년 사이 내 타임라인을 알 수 없는 말들로 가득 찼고, 어느 순간 그들의 생태계를 전혀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잭 도시 탓인지 갑자기 트위터가 크립토인들의 성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덕분에 나도 갑자기 암호화폐에 발을 들였다. 왜냐하면 나의 유일한 SNS 세계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에 그저 트렌드에 따라 흘러갔다. 그런데 비트코인에서 알트코인으로, 디파이, P2E, NFT까지 내가 코로나 시대에 보건소에서 헐떡이던 사이 세상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다른 SNS를 하지 않던 내게 크립토 세계의 프로젝트와 용어들로 가득 차버린 타임라인이 내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로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나는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이대로라면 다음 세계를 따라잡지 못해 세상이 말세라는 말로 불평만 하는 뒷방 늙은이로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점점 커졌다. 그저 세상을 좀 더 폭넓게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답을 찾고 싶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가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찾기 위해 나는 아예 주저앉아버렸다. 이 멍청한 결정을 응원하고 지지해 준 반달씨에게 일단 고맙다. 

 

일단 먹고살아야 하니까 돈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장 오늘, 내일이 아니라 멀리 보기 위해서 앞으로 돈 공부도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다. 암호자산 과세 유예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잠깐 머뭇거리게 되었다. 이 부분은 공부가 더 필요할 것 같다.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안목을 갖는 것을 목표로 시간을 배정해보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공부는 인풋을 넘쳐흐를 때까지 쌓고 쌓는 것이다. 

 

앞서 읽었던 「돈의 탄생」보다 이 책은 훨씬 입체적이라 쉽고 재밌게 읽힌다. 어떤 목적으로 읽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돈의 역사에 대해 가볍게 교양을 쌓는 정도로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 「돈의 탄생ㅣ돈의 현재ㅣ돈의 미래」를 고르라고 하겠다. 이미 한 권의 다른 책을 읽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었을 때 훨씬 더 선명하게 돈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앞으로 무엇을 보아야 할지 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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