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탄생」은 세계사 같은 인문학적 소양이 전혀 없는 내가 읽기 참 힘든 책이었다. 쉬면서 꼭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가 역사였는데, 이 책은 돈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서술한 책이었다. 에필로그에 화폐는 곧 정치라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돈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와 궤도를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굵직한 역사적 사건 배경에는 돈과 관련된 욕망이 있고, 돈을 위해서 속고 속히는 이해관계로 얽히고 얽힌 게 우리가 배운 역사였다.
600쪽에 육박하는 무거운 책에는 깨알 같은 글씨가 빽빽하게 박혀있다. 함께 빌려 온 「돈의 탄생ㅣ돈의 현재ㅣ 돈의 미래」 같은 경우는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분명 비슷한 뉘앙스의 내용을 다룰 텐데 「돈의 탄생」은 일단 읽겠다고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다. 고민을 하다가 일단 쓴맛부터 먼저 맛보기로 하고 「돈의 탄생」을 펼쳤다. 알다시피 조개껍데기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중국인이 쓴 책이다 보니 중국의 우월한 화폐의 역사를 전시하려는 것일까 지레짐작해보기도 했지만, 이 책은 금, 은과 같은 금속 화폐에서 달러로 화폐의 지위가 넘어가는 역사를 집중해서 다루면서 화폐를 정의해보려고 시도한다. 달러가 부상하는 과정에 대해 읽다 보니 「화폐 전쟁」이 떠오르면서 읽다만 저 책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폐 이전의 사회에서는 물물교환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물물교환은 직관적이지만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을 구하기까지 먼 여정이 필요했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조개껍데기 같은 원시적인 형태의 돈이 쓰이기 시작했고, 국가가 생긴 뒤로 국가에서 발행하는 화폐가 출현하였다. 그리고 금과 은을 화폐로 사용하는 금속 화폐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중국의 송나라에서는 세계 최초의 지폐가 생기고 원나라에서는 백은본위의 지폐가 사용되는 등 혁신적인 화폐 체계가 발전되었으나 명나라가 들어서며 다시 금과 은의 시대가 다시 시작되었다.
세계의 근대 금융업은 네덜란드에서 기원한다. 네덜란드는 은행, 신용, 보험 및 유한책임회사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현대 자본주의제도를 확립했고, 이를 통해 명실상부한 금융의 나라로서 막강한 부를 이뤘다. 그러나 튤립 거품의 붕괴, 영국과의 전쟁에서 패배 등으로 그 지위를 영국에 빼앗겼다. 그리고 영국의 파운드에 이어 미국의 달러가 세계를 지배했다. 제1,2차 세계대전 이후 점차 유럽에서 미국으로 패권이 넘어왔다. 전쟁은 미국에 기회가 되어 주었고, 미국은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달러를 위해 움직였고 그 결과는 우리가 지금 느끼고 있다. 달러의 폭주에 대항하기 위해 유럽은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유럽연합을 이루고 유로화를 통용하기까지 부침이 많았지만 유럽은 세계 두 번째 지위의 화폐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화폐는 정치라고 했다. 정치적으로 대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유럽의 유로화는 때때로 위태롭고 이대로는 달러를 이기지 못한다.
역사에서 배워야 할 점은 위기는 반복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위기가 어느 곳에서 어떤 식으로 왔으며 어떻게 탈출을 했고 그 과정에서 돈은 누구에게로 갔을까 유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건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었다. 사건의 전모를 자세히는 모르지만 재무담당 직원이 오스템임플란트 자기 자본의 90%가량에 해당하는 1,880억을 횡령했다고 한다. 회사에는 절차라는 게 있는데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돈의 역사 속에 숱하게 일어났다. 18세기 프랑스는 일개 개인인 존 로에게 금융 사기를 당해 대다수의 국민이 주식 투기를 하고, 왕실 은행이 도산하고 빚더미에 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 마지막엔 누가 웃었을까?
음모론일 수 있지만 이 책의 한 구절을 메모해둔다.
미국이 지금 그리고 앞으로 감당해야 할 채무는 수백조 달러에 달한다. 사실상 미국은 이 채무를 다 갚을 방도가 없고, 시간이 흐를수록 빛의 늪으로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달러는 조만간 세상 사람들로부터 완전히 버림받을 것이다. 이는 가능성 여부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 단지 시간 문제다. 그렇다면 미국이 과연 이런 결과를 그냥 지켜만 보고 있을까? 물론 그럴 리 없다. 지금 미국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적극적으로 나서 달러를 통제하고 점진적으로 조금씩 평가절하한 뒤에 달러의 가치를 제로까지 떨어뜨리는 것이다. 어쩌면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결국 2050년 전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계획을 어떻게 실행해야 할까? 금의 국제통화 지위를 폐지한 것처럼 금융위기나 대공황을 통해 세계 금융과 경제 구도의 대변혁을 촉구하는 것이다. 전대미문의 대위기가 발생한 경우에만 국민에게 세계 금융과 경제 구도의 대변혁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시기에 정치·경제적 구도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시도한다면 오직 파멸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통치 브레인들은 당연히 이런 위험을 무릅쓸 리 없다.
이 한 단락의 글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 투성이다. 여기에 딸린 물음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공부를 좀 더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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