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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너만큼 다정한 북유럽

by 신난생강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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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큼 다정한_ 북유럽 호밀씨


모든 것의 시작은 책이다. 여행을 가기 전에도 일단 책부터 검색한다. 인터넷에서 온갖 정보를 다 얻을 수 있는 시대이지만 묵직한 가이드북에 손이 간다. 오래 전 유럽여행을 할 때 배낭 속에 이 무거운 가이드북을 넣어 다니면서 도시에 도착하면 그 도시 분량만큼을 뜯어내서 가지고 다녔다.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보고 나면 다음 도시로 이동하기 전에 기차역 쓰레기통에 버리고 짐의 무게를 줄였다. 우리나라 유명 가이드북에 소개되지 않은 작은 도시에 도착했을 땐 론리플래닛을 가진 여행객을 찾아 헤매기도 했고, 인포메이션 센터부터 찾아 지도부터 구했다. 나의 첫 해외여행이 유럽 배낭여행이었는데 2000년대 초, 그 시절엔 여자 혼자 배낭을 둘러메고 떠나기에 유럽은 꽤 괜찮은 곳이었다. 그때에도 유럽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여행기를 구해 읽으며 여행을 꿈꿨다. 그리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배우고 왔다. 관심 분야가 더 넓어졌다. 그렇게 여행은 나의 세계를 조금씩 넓혔다.  

내년으로 계획하고 있는 여행에서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그중 포기할 수 없는 단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북유럽 여행’을 선택할 것이다. 20-30대 몇 번의 유럽 여행에서도 북유럽은 내게 큰 환상이 없는 곳이었다. 이상하게도 40이 되자마자 북유럽이 너무 가고 싶은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친화적’인 성향으로 취향이 바뀐 탓도 있고, ‘행복’한 나라로 가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한여름을 북유럽에서 보낼 예정이라 오로라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또 어떠랴.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면 그 핑계로 다시 방문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곳을 지겹도록 다시 가는 것도 좋아한다. 몇 년째 남해를 몇 개월에 한 번씩 잊을만하면 또 가는 것처럼. 처음엔 별로라고 생각했던 런던도 이미 세 번을 더 가지 않았던가.

<너만큼 다정한 북유럽>은 여행작가 엄마가 남편, 아이와 함께 느긋하게 나선 여행의 기록이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3국을 어린이와 함께 여행했는데 어린이가 놀기 좋은 곳이 가득 소개되어 있어 어린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북유럽이 아이 키우기 좋은 곳이고 북유럽의 교육법 같은 것들이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주제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아이가 없는 내가 자세히 들여다볼 이유가 없는 주제였기 때문에 처음 알게 된 것들이 많았다. 행복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적으로 책에 소개된 내용들만 읽어도 우리나라 환경과 너무 달라서 이렇게 온 나라가 어린이에게 호의적인 나라에서 자란 아이들이 일상에서 행복을 더 쉽게 만들 수 있겠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국가에서 청년들에게 준 돈으로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온 열여덟의 덴마크 친구가 생각이 났다. 10대 후반이 되면 나라에서 일괄적으로 돈을 주는데 그 돈으로 대학 학비로 쓸 수도 있고, 여행을 할 수도 있고,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다고 했다. 청년들의 자립을 위한 공공지출인 것 같다. 그때 내 나이가 26살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이 친구들이 10년을 앞서 가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조금 속이 쓰렸다. 10대 후반 어린아이였지만 이미 나보다 어른스러웠다. 호주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친구도 10대 후반이었는데 자신은 농장을 할 계획이라 호주로 경험을 쌓으러 왔다고 했다. 그 나이에 이미 자신이 갈 길을 정하고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역시 어린이는 사회가 키우는 것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조카 솔스타를 떠올리며 동생에게 북유럽 여행을 권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솔스타도 놀이터 러버인데 이토록 멋진 놀이터라니. 모험 놀이터라니. 얼마나 좋아할까. 깔깔깔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일반적인 관광지를 다니며 쓴 책과는 다른 관점이어서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쓴 작가의 원래 직업이 여행작가라고 하는데 역시나 책이 친절하다. 같은 ‘북유럽’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여 있어 나는 북유럽 국가들을 같은 이미지로 여겼는데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사람들은 아주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아마도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도 또 다르겠지 짐작할 정도로 그들은 달랐다. 아마도 직접 느껴 봐야 공감하겠지?

여행 기록을 읽을 때는 낯선 나라의 도시들, 음식들, 단어들을 소리 내어 읽어본다. 그렇게 몇 권의 책을 읽다 보면 익숙한 도시들이 생기고, 꼭 보고 싶은 것들이 생기고, 더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요즘은 블로그에도 정보가 많이 있어서 블로그도 많이 참고하지만 공식적으로 출판된 책들에 실린 정보는 훨씬 잘 정돈되어 있고 일반적이고 믿을 수 있다. 그리고 배경 정보들도 덤으로 얻을 수 있어 큰 그림을 그리기에 더 좋다. 그렇게 책에서 정보를 모아 정리해 두고 여행 직전에 종합해서 대강의 여행 루트를 짠다.

일반적으로 북유럽은 여행하기 비싼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비교적 여행하기 안전하고 쾌적한 곳인 것 같다. 여기에 더해 비싼 비용을 감당할 더 합리적인 이유는 북유럽만의 자연환경이겠지. 여행을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기 한 권을 읽고 가보지도 않은 북유럽을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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