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가 잘못됐습니다 마키타 젠지
비만과 질병을 부르는 나쁜 식습관을 고치고 올바른 식사법을 실천해보자
내 키는 167cm이다. 몸무게는 50kg을 넘어본 적이 없이 항상 마른 체형이었다. 40살이 되었고,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다 보니 금세 살이 쪘고 몸무게 앞자리 수가 바뀌었다. 평생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고 생각했는데 잘 먹고 잘 자고 편안하고 많이 안 움직이니까 나도 살이 찔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전히 다른 사람들 입장에선 표준 체중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갑자기 늘어난 체중만큼 몸이 무거워져 일상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폴댄스를 하는데 내 팔로 내 몸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에 자꾸 동작이 무서워졌고, 작년까지 잘 입었던 옷이 죄다 맞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유튜브로 다이어트를 검색했고 다이어트 주스를 마시고 아침은 거르고 유산소 운동을 했다. 효과가 전혀 없었다. 어느 날부터 명치가 꽉 막혀 소화가 안 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뭔가 아주 잘못되었다는 쎄한 느낌이 들었다.
추석 연휴동안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소화불량에 시달리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식사가 잘못됐습니다」는 일본의 베스트셀러로 당뇨병 분야 전문의가 올바른 식사법을 알려주기 위해 쓴 책이다. 38년 간의 임상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어떤 식습관이 비만, 노화, 질병을 일으키는지 밝히고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지 알려준다. 책을 읽으면서 며칠 동안 식습관을 바꿔보았는데 단 며칠 만에 묵직했던 명치가 풀렸다. 반달씨는 이런 내가 너무 팔랑귀라고 하는데 사실 이 책의 내용들은 내가 대학교 다닐 때 다 배웠던 내용들을 근거하고 있고 새로울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이 이토록 먼 길이다.
원래 청량음료는 미국에서 옥수수가 지나치게 많이 생산된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남아도는 옥수수를 버리지 않으려고 시럽으로 만들어 물에 타서 먹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팔아치울 생각을 한 것이다. 당시 그들은 시럽의 양을 얼마나 넣어야 혈당치가 올라 지복점에 이르는지도 면밀히 계산했다. 다시 말해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부러 중독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무심코 마시는 음료에 중독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만 뭔가 당했다는 생각이 드니까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혈당치 관리다. 모든 문제는 혈당 조절과 연결되어 있어 혈당을 과하게 물결치지 않도록 식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건강과 항노화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혈당의 즉각적인 상승은 탄수화물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우리는 몸이 필요로 하는 것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있다. 물처럼 마시는 단 음료, 비타민 섭취를 위해 먹는 과일, 스트레스 때문에 먹는 맵단짠은 탄수화물 과다 섭취의 주범이다.
일단 음료는 물과 직접 내린 드립 커피나 아메리카노, 잎차, 두유 정도만 먹기로 했다. 술은 원래 즐기지 않으니 제한할 이유는 없을 것 같고 와인에 대해 알아보고 조금씩 마셔보기로 했다. 아주 가끔씩 식단에 따라 콜라 같은 걸 먹어야 할 수도 있을텐데 그럴 땐 맛있게 먹을 생각이다. 평소 혼자 있을 때 습관처럼 마시는 음료 습관을 고치는 거다.
과일을 소화시키면 과당이 되는데 과당은 1차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아니기 때문에 지방으로 바뀌어 몸 속에 저장되므로 살이 찌기 쉬운 당이다. 요즘 과일은 아주 단맛이 강하게 개량되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단다. 다행히 나는 과일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식사와 겹치지 않는 시간에 지금처럼 조금씩 먹고 싶은 것들을 먹으면 될 것 같다. 내가 조심해야 할 것은 과일주스. 같은 과일도 주스로 마시면 더 많은 양을 먹게 되므로 몸엔 불필요한 것이다.
저탄수화물 식단을 위해 밥 먹는 양을 줄였다. 혼자 있을 땐 밥 대신 두부를 밥그릇에 담아 밥처럼 먹는다. 올리브유를 탄수화물과 함께 먹으면 혈당치 상승을 억제한다고 하니 올리브유와 식초를 드레싱으로 뿌린 샐러드를 함께 곁들이면 좋을 것 같다. 빵도 버터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카카오 70 퍼센트 이상의 초콜릿이나 견과류를 간식으로 먹기로 했고, 즐겨 먹던 과자류도 자제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만큼 줄이거나 참는 것이 아니라 무심코 먹던 습관들을 조절하려고 하는 것이다.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것을 입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먹지 않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과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이왕이면 건강한 단백질과 채소로 식사를 채우려고 한다. 반달씨가 이거 채식만큼 쉽지 않고 돈도 많이 든다며 이래서 가난한 사람이 더 비만이고 병에 더 걸리기 쉬운 것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 그런데 쉽고 싸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하면 언젠가 대가를 치르게 된다. 잘 먹고사는 일은 쉽지 않다.
반달씨와 나는 다행히도 식습관이 나쁜 편은 아니다. 생애 초기 20년 간 어머니들의 건강한 식단을 물려받은 덕이다. 그 이후 20년은 마음껏 먹어오긴 했지만 어린 시절 식습관이 남아 있어 선방하며 살고 있다. 데이트하면서 외식 생활자가 되어 과식을 하는 습관이 생긴 게 우리의 가장 큰 문제이고 함께 있으면 야식으로 간식을 먹는 것이 문제다. 반달씨는 특히 혼자 있을 땐 굶다가 데이트를 하면 과식을 하고 스트레스받으면 달달한 간식을 절제 없이 먹는데 꼭 고쳐버리고 싶은 문제점이다. 배만 뽈록한 체형의 아저씨가 됐다고!!!
찾아보니 마키타 젠지 작가의 책이 여러 권 있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그의 의견에 동의하기 때문에 마음이 흐지부지 되는 순간이 되면 또 다른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탄수화물을 신경써서 제한해 본 결과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좋았고, 몸무게가 2kg 정도 줄었고, 소화불량이 완화되었다. 이 책의 목차만 훑어봐도 큰 그림을 알 수 있으니 다이어트나 건강관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보기를 권한다. 아마도 다 아는 내용을 굳이 왜 책으로 만들어놨냐라고 불평할 것이다. 그거다. 다 아는 걸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가. 그 지점에서 차이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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