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1000] 마틸다

마틸다 로알드 달

 

로알드 달의 유명한 동화 「마틸다」는 독서로 단련된 천재적인 두뇌와 약간의 초능력으로 어른을 혼쭐내는 어린이 이야기다. 마틸다는 어린이책이 반드시 재미있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들은 어른들만큼 심각하지 않고, 또 웃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책 읽는 법」이라는 책 머리말에 나오는 「마틸다」 소개글을 읽고 어린이 도서관을 처음으로 방문해봤다. 도서관을 여행해보려는 계획을 짜보다가 어린이책을 한 권 읽고 오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고, 「어린이책 읽는 법」이라는 책까지 찾아보고 있는 내가 조금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뭐든 생각하면 일단 책을 찾고 보는 것, 자유의 몸이 되고 더 심해졌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면 열정이 사그라들고 다른 관심사로 옮겨간다. 그야말로 책만 읽는 맹꽁이가 되었다. 

 

그런데 마틸다는 어마어마한 책을 읽고 천재가 되는 경우다. 마틸다는 세  살 무렵 집에 굴러다니는 잡지 같은 것들을 보면서 스스로 읽기를 터득한 이후 아빠에게 책을 사달라고 한다. 딸을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웜우드 부부는 텔레비전이나 보라고 하고 마틸다는 혼자 마을의 공공도서관을 찾아간다. 혼자 도서관을 찾아온 네 살 삼개월 꼬마에게 펠프스 여사는 서가를 안내해준다. 마틸다는 매일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도서관의 어린이책을 모두 다 읽은 후 펠프스 여사에게 추천을 받아 어른들이 읽는 책도 읽기 시작했다. 

 

'위대한 유산'  찰스 디킨스 지음
'니콜러스 니클비'  찰스 디킨스 지음
'올리버 트위스트'  찰스 디킨스 지음
'제인 에어'  샬롯 브론테 지음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지음
'테스'  토머스 하디 지음
'지상으로 내려오다'  메리 웨브 지음
'킴'  러드야드 키플링 지음
'투명인간'  H.G. 웰스 지음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침묵과 분노'  윌리엄 포크너 지음
'분노의 포도'  존 스타인백 지음
'좋은 친구들'  J.B. 프리스틀리 지음
'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지음
'동물 농장'  조지 오웰 지음

 그 후 6개월 동안 마틸다가 읽은 책의 목록이다. 아직 나도 읽어보지 못한 책들도 여럿 포함되어 있다. 나는 도서관 이야기가 참 좋았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공공도서관. 어린이 혼자 도서관을 찾아 손으로 들기도 힘든 책을 무릎 위에 얹어 놓고 등을 동그랗게 말고 책을 읽는 모습. 천재 소녀는 이곳에서 책을 탐험하며 잠재력을 키운다. 그리고 너무 귀엽게도 그 천재성을 나쁜 어른을 혼내주는 데 사용한다. 

 

며칠 전 신문에서 「마틸다」 뮤지컬을 다시 올리기 위해 어린이 배우들이 연습 중이라는 기사를 봤다. 찾아보니 로알드 달의 마지막 작품이고 BBC가 선정한 영국이 가장 사랑한 소설로 선정되었으며 2011년 런던 웨스트엔드 뮤지컬 공연을 시작으로 브로드웨이에도 진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2018년에 뮤지컬로 무대에 올렸고, 4년만에 다시 공연한다. 

 

아주 재미있게 읽다가 마지막에 가서 잉? 하게 되는데, 물론 마틸다에게 좋은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아동 소설의 결말이라고 하기에 어른들의 결정이 몹시 이상했다. 그렇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처럼 내려온 이야기라고 정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