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차일드 가문 프레더릭 모턴
니얼 퍼거슨의 「로스차일드2」를 읽다가 못 참고 이 책으로 넘어왔다. 이미 「로스차일드1」을 읽어서 마이어 암셀과 그의 다섯 아들의 이야기는 익숙했다. 예상했던 대로 「로스차일드 가문」이 훨씬 읽기가 쉽고 구성이 입체적이다. 니얼 퍼거슨의 책이 너무 사건들이 자세하게 펼쳐져 있어서 오히려 집중하기 어렵고 순서가 뒤죽박죽 되어서 노력이 필요한 데 비해 이 책은 소설처럼 술술 읽히다 보니 앞서 읽었던 책들이 더 잘 조직되는 느낌이 든다. 이해 못 하고 그냥 읽었던 부분이 여기에서 조각이 맞춰지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로스차일드2」권도 마저 읽을 것이다. 3대를 넘어가면 누가 누군지 아직도 잘 모르겠고, 사실 그 이후로 넘어가면 다섯 아들처럼 드라마틱하게 사업을 키워나가는 이야기들이 적기 때문에 개개인에 대한 기억할만한 개성이 줄어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로스차일드라는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때는 봉건 귀족들이 쇠퇴하고 상인 부르주아지가 부상하던 시기로 시민혁명, 나폴레옹, 산업혁명과 더불어 근대 사회가 열리고 있었다. 당시 귀족들은 부지불식간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들의 전통과 영광이 서서히 역사 저편으로 기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토의 유대인 고아였던 마이어 암셸은 신분으로도 재력으로도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있었고, 옛날 동전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았다. 옛날 동전에는 귀족의 영광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다. 귀족들은 화려한 문구로 치장된 옛날 동전에서 자신들의 사라져 가는 영광을 보았던 것이고, 마이어는 귀족들의 마음 깊은 곳을 꿰뚫어 보았다. 마이어는 동전이 아니라 과거의 영광을 팔았던 것이다.
옛날 동전, 옛날의 영광, 그러니까 싸이월드 같은 거였다. 마이어 암셸은 그걸 꿰뚫은 것이고,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를 알았던 것이다. 손글씨를 써서 우편 카탈로그를 만들었다니까 심리와 마케팅에 능했던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것들이 중요했고, 지금도 그러하다는 것을 보면 성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지 않은가.
로스차일드를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 혁명을 이룬 사람으로 평가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나폴레옹과 로스차일드가 당대를 간판과 혈통의 시대에서 돈과 능력의 시대로 바꾸는 데 크게 공헌을 했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돈의 시대를 연 로스차일드. 돈의 시대에 부자가 되는 길은 발빠른 정보와 금융지식에 있었다.
창업자의 시대가 가고, 세대를 이어 가업이 물려 내려오면 아랫 세대들은 점점 보수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로스차일드1」을 정리하면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의 시대를 읽으며 더 아랫 세대로 내려오면 더 좋은 교육을 바탕으로 돈이 아닌 다른 영역에 공헌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집안의 재력을 바탕으로 배우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배우고 투자하다 보니 로스차일드들은 발굴도 하고, 식물학, 동물학, 광물 온갖 것들을 발전시킨다. 네 것을 빼앗아 내 것을 불리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들로 좋아하는 분야를 연구하고 거기에 투자를 함으로써 역사를 다시 쓰는 것, 멋지지 않은가. 그들만의 화려한 사교 모임과 방탕한 삶을 사는 괴팍한 재벌 2-3세의 모습도 물론 들어있지만, 그 이면에 또 다른 것을 품을 수 있는 여유가 부러웠다. 그러면서도 혈통과 집안의 교육은 무시할 수 없는 게 위기가 찾아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기가 막히게 안다는 것이다. 보고 배운 것, 가업, 그래서 집안을 따지는 것이겠지. 어릴 땐 마냥 속물스럽고, 거부감이 들던 것들이 이해될 때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사실 과거도 궁금하지만 현재 로스차일드가 궁금했던 거라 위키페디아에 로스차일드를 검색했다. 이해는 불가능하고, 요즘은 어떤 사람이 로스차일드를 이끄는지, 그들은 요즘 어디에서 돈을 버는지 정도 궁금한 점들을 찾아보았다.
Rothschild family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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