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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OKS

[107-108] 레슨 인 케미스트리 1, 2

by 신난생강 2022.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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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1, 2 보니 가머스

 

오랜만에 매력 있는 여자 캐릭터를 만났다. 엘리자베스 조트. 「레슨 인 케미스트리」를 읽으면서 캐릭터가 살아있어 영상으로 만들면 참 재밌겠다 했는데 애플TV에서 8부작으로 드라마를 만든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조트 역은 브리 라슨이 맡았다고.

 

엘리자베스 조트는 화학자다. 독학으로 화학을 공부해 UCLA 대학교 박사과정을 하던 중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머리에 꽂고 있던 HB 연필을 교수의 허벅지에 꽂아버리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오히려 엘리자베스가 학교에서 쫓겨난다. 그런 시대였다. 1950년대 미국이 배경이다. 

헤이스팅스 연구소에서 화학 진화를 연구하던 때에도 별로 나아진 게 없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멍청이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캐릭터였다. 난 이점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항상 눈치를 보는 사람이라서. 

헤이스팅스에서 만난 연인 캘빈 에번스. 젊은 나이에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연구소의 거물이다. 두 사람이 연인이 되고 흔해빠진 로맨스가 되려나 싶던 찰나에 뜬금없이 캘빈 에번스가 죽는다.

계획에 없던 아이가 태어나고 생계를 위해 시작된 요리쇼. 자꾸 "읭???" 하는 길로 이야기는 나아간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힘이 나는 이야기였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잘 헤쳐나가는 이야기, 굽히지 않는 이야기, 그러다 보니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생기지만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 1950-60년대 이야기나 지금의 이야기나 별반 다를 게 없구나 싶은 부분들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게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저 때에도 저렇게 잘 살았는데 지금은 못 할 게 뭐가 있나 이런 용기를 주는 이야기라 읽는 내내 힘이 났다. 엘리자베스가 "여자라서 못 한다"는 말을 무심결에 뱉어버리는 바람에 시작하게 된 조정. 캘빈과 함께 조정하는 이야기가 우리의 추억이다. 

 

그런데 또 "읭???" 하면서 찝찝한 마음으로 책을 덮은 건 어디선가 나타난 갑부 할머니 때문. 극적으로 희로애락, 권선징악을 넣어놓은 옛날 할리우드 스타일이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예순다섯 살에 짠~ 데뷔를 하신 작가 보니 가머스님이라고. 이것도 너무 멋지잖아.   

 

나는 엘리자베스와 캘빈의 개 여섯시-삼십분의 시선이 좋았다. 여섯시-삼십분은 폭탄 소리를 무서워하지만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아는 개였다. 소설 속 모든 남자 캐릭터보다 여섯시-삼십분이 더 똑똑하고, 충직하고 믿음직스럽다. 어쩌면 작가가 여섯시-삼십분에게 목소리를 준 건 이 사실을 알려주려는 것 아니었을까. 엘리자베스도 이야기하지만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어차피 작가의 의도 같은 건 제멋대로 해석하는 거니까. 

 

「금발이 너무해」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아마 이 책이 취향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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