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복, 그거 얼만가요?

[추억을 먹어봅니다] 경주 용산회식당

by 신난생강 2020. 12. 14.
반응형

 어느 날 책을 읽다가 이다 작가님이 경주에 여행을 갔을 때, 어머니가 데려가 주셨던 현지 맛집이라는 용산회식당의 회덮밥이 너무 맛있어서 이틀 연속으로 가서 먹었다는 구절을 발견하게 되었다. 경주면 여기서 멀지 않은데.... 내남이면 가까운데... 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을까. 경주 맛집을 제법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넓고 구석구석 아직도 알아야 할 데가 많았다. 엄청난 회덮밥이라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네비 언니와 함께 출발.

 

 

여긴가? 장사를 하는가?

아마도 긴 줄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여자 혼자 선뜻 문을 열고 들어가기에 난이도가 있어 보이는 외관. 처음 도전했던 날, 주말 점심시간이라 몹시 길고 긴 줄이 있어 포기했었다. 

그리고 다시 도전한 날은 봉계로 간 출장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용산회식당'을 떠올려버리게 됐다. 가까운데, 가보자.

그리고 난 이제 해산물을 먹는 채식인이다!! 

 

 

11월 초, 쌀쌀하던 가을날이라 문이 굳게 닫혀 있었는데, 주차장에 차가 많이 있어 식당이 하나보다 했지, 식당만 봤더라면 더 이상 장사를 하지 않는 건가 했을 거다. 가까이 갔더니 식당 안의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까지 용기가 필요했다. 오랜만에 혼밥이었고,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 시국이라 조심스러웠다. 

 

기본세팅

 

메뉴는 단 하나, 회덮밥 10,000원

 

아직 12시가 되기 전인데 이미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고, 만석이었다. 두리번거리며 서있다가 사람들 사이의 빈 테이블 하나를 안내받아 자리 잡고 앉았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금세 한 상이 차려졌다. 소복하게 양푼이 가득 쌓인 회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동물성 식품은 전혀 먹지 않는 비건식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참 오랜만에 마주하는 회였다. 사진 몇 컷 후다닥 찍고, 신나게 먹기 시작했다. 옆에 차려진 반찬은 무슨 필요인가 했는데 먹다 보니 반찬도 어찌나 맛있던지. 사람들이 그렇게 칭찬하던 초고추장도 소문만큼 맛있었다. 한 국자 크게 떠 넣고 쓱쓱 비벼서 절반은 쌈을 싸서 먹고 남은 절반에 밥을 더했다. 사람들이 밀려오고, 혼자 테이블을 차지하고 먹고 있는 게 눈치가 보였지만, 꿋꿋하게 밥 한 톨 남김없이 싹싹 비웠다. 

 

 

몇 주가 지나고 애인님과 함께 다시 방문했는데, 역시나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재빠른 포기. 지금은 코로나로 갈 수 없게 되었지만, 초고추장에 비벼진 저 한 젓가락을 사진첩을 넘기다 발견하고는 블로그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려서 먹을만큼 맛이 있는 거냐?'

물론, 당연히, 맛있다. 

그런데 나는 줄을 서서 기다리지는 않았다.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 걸까 생각해보니 내가 방문했을 때도 주변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하던 사람들은 거의 외지인이었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바닷가 사람이라 회를 귀하게 여겨보지 않았고, 우리 가족들이 방문하는 횟집은 회만 먹어도 배가 부를 만큼 항상 푸짐했다. 일반 횟집에서 파는 회덮밥에 비해 회가 많이 나오고 새콤달콤 시그니처 초고추장까지 더해지니 서울이나 타 지역 사람들 입장에서는 단돈 만 원에, 회를 이렇게 듬뿍, 거기다 맛있기까지 하니 맛집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말은 이렇게 하고선, 또 기웃기웃 거리겠지. 야밤에 사진첩에서 이런 걸 봐버리다니, 다음엔 줄을 서서라도 먹고 와야지 다짐해버렸다. 오늘 밤은 조금 괴롭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