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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그거 얼만가요?

[모두의 거짓말] 침묵한 자와 침묵하지 않은 자

by 신난생강 2020.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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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미드 CSI부터 시작해 하우스 오브 카드, 셜록을 거쳐 검법남녀, 보좌관, 비밀의 숲, 아무도 모른다 같은 범죄, 정치, 추리물을 좋아한다. <모두의 거짓말>도 그런 종류의 드라마이다. 주원규 작가님의 소설 <반인간 선언>이 원작인데, OCN에서 16부작 드라마로 방영했다. 원작 소설은 손, 발, 눈 이외에 더 많은 스토리로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읽어봐야겠다. 

 

나는 이 드라마를 처음 본 것이고, 내가 원작소설을 읽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 이야기 너무 낯이 익었고, 범인도 초반에 내가 생각했던 그 사람이었다. 분명히 지금까지 내가 봤거나 읽었거나 하는 어느 지점과 연결고리가 있을 텐데, 특히 공장의 폐기물로 인한 지역의 오염 때문에 병을 앓고 있는 주민들을 숨기기 위해 주민들의 치료비를 지원하고, 부지를 매입하여 이 사실을 숨기려고 했던 기업의 이야기는 분명 어디선가 봐서 익숙한 이야기인데 어디서 봤을까.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익산 장점마을의 연초박을 원료로 하는 비료공장 인근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사건이나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 같은 실제 사례는 연결고리가 아닌 것 같고, , 며칠동안 그냥 답답한 상태이다. 연결고리를 못 찾아서도 답답하고, 검색을 하는 동안 발견한 실제 사례들을 읽다 보면 돌덩어리 몇 개가 가슴에 얹힌다. 그 일들을 죄책감 없이 저지른 자들은 드라마 속 정영문 회장이나 인동구로 대표되는 JQ 사람들일 것이고, 밖으로 알리려고 하는 사람들은 최수현 기자나 정상훈 같은 사람들이지 않겠는가. 거대 기업에 의해서 얼마나 많은 최수현과 정상훈이 강제로 침묵 당했겠는가 하는 생각에 침묵하지 않는 자들에 대한 존경심이 커진다.

 

드라마는 국회의원 김승철이 사고로 죽으면서 시작된다. 사고 경위를 조사하던 중 김승철의 사위인 JQ그룹 외동아들 정상훈이 사라진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정상훈의 부인이자 김승철 의원의 딸 김서희에게 도착한 메시지. 정상훈을 살리고 싶으면 국회의원이 되라는 것.

김승철 의원의 추모식에 정상훈의 잘린 손이 배달된다. 김서희는 남편을 살리기 위해 국회의원에 도전하고, 광수대 형사 조태식과 그 팀은 김승철 의원 사고부터 시작해 정상훈 납치까지 사건을 파헤친다. 조태식은 사건을 하나씩 풀 때마다 그들의 거짓말에 부딪힌다.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와중에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조태식 형사를 응원하면서 드라마를 봤다.

 

JQ그룹은 성주에 풍력발전소를 건립하는 신사업을 하려고 한다. 정상훈은 그 사업을 맡은 대표였다. 신사업 부지에는 현재 레미콘 회사와 주민들이 살고있는 마을이 있다. 김승철 국회의원은 신사업에 관한 법안을 발의하려고 준비하고 있었고, 레미콘 회사 노조원들은 자신들의 생존권이 달린 신사업을 결사반대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대기업 회장 아들의 잘린 손이, 잘린 발이, 눈알이 배송되며 충격과 질문을 준다.

도대체 왜?

 

주연은 배우 이민기, 이유영이었지만, 인동구 역할을 한 서현우님과 강진경 역을 맡은 김시은님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졌다.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아 내게는 낯선 배우들이었는데 찾아보니 많은 작품을 하고 는 배우들이었다. 모든 캐릭터가 잘 살아있어 내용 흐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음에도 숨죽이고 끝까지 이틀 만에 내달린 드라마였다.

 

침묵한 자와 침묵하지 않는 자

어느 편에 나를 둘 것인가 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단지 이성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다. 주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침묵하지 않는 대가가 나에게만 한정된 피해가 아니라 내 가족,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 때 용기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단순히 침묵하는 자를 비난할 수 없다. 그러니 용기를 내고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게 연대하여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떤 목소리는 크고, 대부분의 목소리는 작을 것이다. 그 작은 목소리들을 찾아서 듣고 응원을 보내는 일을 부지런히 하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그 정도이지만 모이면 쌓일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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