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빌 게이츠
빌 게이츠에 대해서 특별한 경외심이나 혐오감은 없었는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팬데믹을 조장했다거나, 백신으로 칩을 심으려고 한다거나 하는 헛웃음이 나는 음모론을 마주한 이후 나도 모르게 약간 삐딱한 시선이 생긴 것 같다. 저런 음모론을 믿어서라기 보다 이 사람이 하는 말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다고 하니 '저 사람이 진짜 하려고 하는 게 뭘까?' 하는 의심이 생겨났다고 할까. 이 책을 읽다 보니, 그게 무엇이든 간에 어쨌든 모두가 함께 살아보자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 거인의 등에 올라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구를 버리고 부자들만 이주하는 행성 같은 걸 꿈꾸는 게 아니라 기술을 개발해서 탄소를 제거하는데, 부자 나라들만 해서는 어차피 소용없으니 가난한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기술을 개발하는데 집중을 해야 한다는 거다. 낙관주의자만 부자가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나는 지구가 이미 상생의 가능성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는데 세계 대부호는 지구를 살릴 가능성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었다. 초기의 기술 개발과 실패들에 가능성 있는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었다. 평범한 우리보다 훨씬 더 전문적인 공부를 많이 하고, 영향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투자하고, 직접 개발하고, 개개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책까지 써내는 성실함에서 간절함까지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게 만든다.
이 책은 읽기 쉽다. 숫자 두 개를 기억하면 된다. 510억과 제로(0). 우리가 매년 510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지구에서 계속 살려면 이것을 제로로 만들어야만 한다는 거다. 어떻게 제로로 만들 수 있을까. 배출을 멈추던가, 배출된 탄소를 없애던가. 그걸 기술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 이건 정부나 기업의 노력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개인도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개인의 노력에 방점이 찍힌 것은 아니지만, 정부와 기업이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힘을 개인이 갖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요술지팡이를 주면서 이것을 흔들면 기후변화의 요인들 가운데 하나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전기 생산'이라고 말할 것이다. 깨끗하게 전기를 만들 수만 있다면, 우리 경제의 많은 부분을 탈탄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활동은 제조 부문이다. 전기 생산(27%), 제조(31%), 사육과 재배(19%), 교통과 운송(16%), 냉방과 난방(7%). 시멘트와 강철 같은 것을 만드는 데 화석 연료를 사용해 열을 만들어 가공하기 때문에 거기서 발생하는 탄소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인데, 온실 가스를 이야기하면 주적처럼 나오는 자동차보다 훨씬 비중이 크다니 놀랐고, 내가 아는 건 겨우 쥐똥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보면 전기는 지금 가장 싸게 접근 가능한 것이 원전, 그러나 혁신은 수소에 있을 것, 화석 연료에 오염에 대한 비용이 더해져 비싸지고 신재생에너지가 저렴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변화가 있을 것, 변화되는 기후에 맞는 작물, 오염 없는 합성비료, 식물성 고기, 배양육 등 농업, 축산업에도 기술적 변화가 요구됨, 전기 혁명이 일어난다면 전기차를 쓰면 됨, 온난화가 되어 냉방이 필요하고 에어컨을 쓰면 기후가 악화되는 고리 속에서도 개선이 필요함. 이 모든 과정에 기존 화석연료에 묶인 산업의 기득권자들과 수혜자들의 반발과 반대가 있을 것이지만 쉬운 일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특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나는 앞으로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변하려나 하는 데 집중해서 봤다. 당장은 원전, 탄소배출권, 전기차 같은 것을 집중해서 보면 될 것 같고, 그보다 나아간다면 수소, 배양육, 비료, 농업 같은 것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것 같다. 근데 왜 빌 게이츠는 본인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방향으로 잘하고 있는 테슬라를 공매도했을까 궁금했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그냥 원래 두 분 사이가 나쁜 건지...
'▶ BO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89/1000] 금리와 환율 알고 갑시다 (1) | 2022.06.21 |
---|---|
[88/1000] 상관없는 거 아닌가? (0) | 2022.06.16 |
5월 읽은 책 : 11권 (0) | 2022.06.10 |
[86/1000] 먹고 마시고 바르는 과채 습관 (0) | 2022.06.05 |
[85/1000] 클라우스 슈밥의 위대한 리셋 (0) | 2022.06.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