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재테크하는 사람들의 SNS에서 이 책을 언급하는 걸 많이 보았는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는데 윌라에서 들을만한 책을 찾다가 이 책의 목차를 보니 자리 잡고 앉아서 공부하듯 읽을 책은 아니었구나 싶어서 설렁설렁 들어보기로 했다. 잠이 오지 않던 밤, 틀어놓고 듣다가 잠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얼마나 들었고 얼마나 놓쳤는지 알 수 없으나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어 남겨보고자 한다. 잠결에 핸드폰 메모장에 남겨놓았다.
사실 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부는 구매하지 않은 좋은 차와 같은 것이다. 구매하지 않은 다이아몬드 같은 것이다. 차지 않은 시계, 포기한 옷이며, 일등석 업그레이드를 거절하는 것이다. 부란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바꾸지 않은 금전적 자산이다.
돈을 아끼고 알뜰히 모으고 저축을 하던 시기에는 당장 눈앞의 이 소비를 줄이면 얼마를 아낄 수 있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 자체가 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항상 우울했다. 이 한 두 푼을 모은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자체가 아예 없었기 때문이었다. 항상 돈 때문에 주눅들던 시절의 내게 이 메시지를 보낸다고 해도 아마 그 우울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걸 안다. 그땐 한 치 앞의 한 두 푼이 전부였고, 부정적이었고, 내세울 거라곤 '젊음'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30대의 내가 20대의 나를 돌이켜봤을 땐 항상 그 시절이 힘들었던 것만 생각나서 돌이킬 수 있다고 해도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40이 되고 나니, 20대로 돌아간다면 그 역경을 다시 한번 치러볼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 봐야 되돌릴 순 없는 거지만. 그 사이 부자가 되었기 때문이면 참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데 그 세월 속에 '돈'이란 것에 대해 조금 초연해졌고 이제 저 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안다. '기회비용'이라는 경제학 용어도 이제는 머리로 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납득이 된다.
잠결에 저 문구를 메모까지 해놓았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부에 대해 저렇게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네, 맞네... 메모를 하면서도 한참 생각했다. 별 것 아닐 수 있는데, 박스 안에 써놓고 보니 그냥 당연한 말처럼 보이는데, 그 밤의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도 곱씹으면 알 수 있다. 부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아는 사람만 알겠지.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그렇게 조바심을 갖지 않게 된 이유를 이 책에서도 찾았다.
돈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나와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에 설득당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데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라. 그렇게 하는 사람이 얼마나 적은지 알면 놀랄 정도다. 돈을 투자하는 모든 사람을 가리켜 투자자라 부른다. 마치 농구선수들이 같은 규칙을 가지고 같은 게임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깨달으면 내가 어떤 게임을 하는지 파악하는 이 간단한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래전에 나는 이렇게 쓴 적이 있다. '나는 세상이 진짜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고 낙관하는 수동적 투자자다. 나는 향후 30년간 바로 그러한 성장이 내 투자에도 쌓여갈 거라고 확신한다. 이렇게 미션 선언문을 써놓고 나면 관련 없는 모든 것, 이를테면 올해 시장 성적이 어땠는지, 내년에 경기침체가 찾아올지 등은 내가 하는 게임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따라서 그런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고 그에 설득당할 위험도 없게 된다.
맞다. 나도 이렇게 생각한다. 돈과 투자도 다른 세상사처럼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것, 이게 내 목표이자 내가 어렵게 쌓아둔 가치관이다. 우리는 모두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 나의 잣대로 섣불리 다른 세상을 판단하고 휘둘려서는 안 된다. 이걸 배우는 데 참 오래 걸렸고, 아직도 흔들릴 때마다 괴롭다. 그래도 지금의 나는 이것들을 깨달은 덕분에 무엇보다 내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
블로그로 정리를 하다 보니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도서관에 예약을 걸어뒀다. 3월 24일에 반납 예정인 책을 아직 갖고 계신 분, 얼른 책 반납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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