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겠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
이 책,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예전에 퇴사하고 싶은 마음을 가득 담아 읽고 또 읽었던 책인데, 책장을 좀 비워내려고 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이제 퇴사했으니 처분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버리기 전에 한번 읽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자리 잡고 앉아 'ㅋㅋㅋㅋㅋㅋ' 거리면서 읽어버렸고, 다시 고이 책장에 되돌려 놓았다.
반달씨는 이 책을 읽고 아프로 헤어를 하고 싶어 했다. 지금도 한 번씩 아프로펌을 하고 싶은데,라고 이야기를 한다. 나는 아프로펌까지는 못하겠고 히피펌 정도면 어떨까 생각했었는데, 퇴사하면 제일 먼저 히피펌을 하겠다며 머리를 기르고 있었다. 때마침 코로나로 미용실도 가지 못해서 남몰래 계획은 착착 진행되었다. 그런데 막상 퇴사하고 보니 히피펌도 귀찮고, 긴 생머리 나름 마음에 들어서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하게 된다면 예쁜 물결펌보다 좀 더 진한 보급형 히피펌이 아니라, 꽤 고난도의 빠글빠글 진지한 히피펌을 할 생각이다. 일단 기다려 보라고.
노래방에서 써 본 아프로 헤어 가발이 생각보다 잘 어울렸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우울한 마음에 아프로 헤어를 해 버린 작가는 그 후 인생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굴러가 대 인기를 누리는 리즈 시절이 찾아온다.
우리는 자기 인생에 대해 늘 무언가를 두려워합니다. 약해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치열해야 한다며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하지만 진지하고 심각하게 열심히 산만큼 보답이 돌아오느냐 하면 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 사실에 우리는 상처받고 불안해하고 노력이 부족하다며 또다시 스스로를 채찍질하지요. 그런가 하면 이런 반복 속에서 인생이 끝나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 무서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행복이란, 노력 끝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의외로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했더니 회사를 그만둔다는 게 어쩌면 그다지 두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회사를 그만둔 셈인데...... 그 결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본문을 읽어주시기로 하고, 한 가지 꼭 말해두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것은 '생각보다 어떻게든 된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책을 주기적으로 읽으면서 퇴사력을 쌓았던 사람이다. 그래서 퇴사 후에 잘 사는 방법 같은 걸 익혔다기 보다는 어떻게든 살아지니까 퇴사해볼까 이런 직장 생활에 유해하기만 한 응원만 차곡차곡 담았다. 그리고 퇴사했다.
퇴사 후 이 책을 읽으니 이 책에는 굳이 퇴사하지 않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 같은 아이디어를 많이 담고 있는 책이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두고 또 다른 직장을 찾을 생각인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아이디어를 직장 생활에 써먹어 보고, 생활에도 반영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돈이 없어도 행복한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보는 과제를 풀어본다던가 하는 것은 퇴사 전에 쌓으면 좋을 생활의 기술일 테니까. 이 책의 작가처럼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냉장고를 없애버리는 극단적인 도전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피해의식에 똘똘 뭉친 심술궂은 노인'이 될 것 같다는 내용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크게 웃어버렸다. 나도 그랬거든. 그거였거든. 그러면서 이 언니를 응원하게 됐다. 나이 50에 미혼의 선배 퇴사자이기 때문이다. 근황이 궁금해서 네이버에 검색해보았다가 역시나 재미있는 기사 몇 개를 찾았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43001031812056001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0724.html
아, 읽고 싶은 책이 또 늘어나고 말았다. 나도 재미있게 살아야지.
'▶ BO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월에 읽은 책 : 23권 (0) | 2022.04.05 |
---|---|
[55-58/1000] 설희 2-5 >> 만화의 맛 (0) | 2022.04.02 |
[53/1000]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0) | 2022.03.31 |
[52/1000] 지구 끝의 온실 >> 멸망 후의 세계 (0) | 2022.03.30 |
[51/1000]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0) | 2022.03.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