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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000] 사피엔스 >> 슬기로운 사람의 생각

by 신난생강 2022.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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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Sapiens) 유발 하라리

세계사 공부를 하려고 책을 잔뜩 쌓아뒀는데 아무래도 원시시대는 재미가 없다. 그래서 집어 든 「사피엔스」.

예전에 읽었을 때에는 흥미롭긴한데, 진도는 참 안 나가는, '인간 = 해악' 이로다, 하고 덮었던 책이다. 베스트셀러라서 호기심에 읽어봤던 정도. 

 

세계사 무식이었는데 세상 돌아가는 걸 알고 싶었다.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것들을 공들여 정리를 하고, 채워 넣고 싶었다. 그래서 세계사 공부를 해보고 있다. 특별한 건 아니고 세계사 책을 여러 권 사놓고 읽어가고 있다. 읽다 보면 연결고리가 생기겠지 막연히 생각하면서 꾸역꾸역 읽는다. 그런데 그게 「사피엔스」랑 연결되니 책 읽는 재미가 생겼다. 역사를 잘 몰랐던 시절엔 턱 괴고 수업을 듣는 것 같았다면, 진짜 조금이라도 역사를 알고 보니 아는 사람이랑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랄까. 뒷담화도 아는 사람이라야 흥이 나는 것처럼 내용이 입체적으로 와닿는 것 같아 더 재미있게 읽혔다.

사피엔스 요약 마인드맵

사피엔스는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통해 사회문화적, 생물학적으로 발달을 해 왔다. 여기에는 언어와 문자를 통해 상상의 질서를 구축할 수 있는 힘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지점을 잘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의 질서가 잘 유지되려면 언어에서 시작되어 허구를 공유하고 상상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사회에서 질서가 잘 유지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될 때 들여다봐야 할 지점이 여기 있는 거 아닐까? 그 상상력에 기반한 질서는 돈, 제국, 종교를 통해 국가를 건설하고 보편적 질서 속에서 세계는 하나의 지구제국으로 통일되어 가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과학이 해결한다.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개체수까지 증가하고 지구를 장악한 사피엔스의 다음 과제는 생명 연장이다. 마지막에 저자는 이 모든 역사의 과정에서 행복의 자리를 찾아본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꽤 있었다. 그 중에 불에 대해 새로 그 영향을 생각해볼 수 있었고, 화식이 뇌를 발달시켰다는 내용이 꽤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다' 제국이 과학을 발달시키는 과정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근대 유럽의 제국이 확장할 때, 학자들을 꼭 합류시켜 합병하는 지역을 연구했다는 내용은 발전하고 싶다면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 알려준다. 

일부 학자는 익혀먹는 화식의 등장, 인간의 창자가 짧아진 것, 뇌가 커진 것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다란 창자와 커다란 뇌를 함께 유지하기는 어렵다. 둘 다 에너지를 무척 많이 소모하기 때문이다. 화식은 창자를 짧게 만들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게 해 주었고, 의도치 않은 이런 변화 덕분에 네안데르탈인과 사피엔스는 커다란 뇌를 가질 수 있었다. 
또한 불은 인간과 다른 동물 사이에 처음으로 현격한 차이를 만들어냈다. 동물의 힘은 대개 신체에서 나온다. 근육의 힘, 이빨의 크기, 날개의 폭...... 동물이 바람이나 파도를 이용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연의 힘을 통제할 수는 없고, 늘 스스로의 신체에 따른 제약을 받는다. (......) 인간은 불을 길들임으로써 무한한 잠재력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독수리와 달리 인간은 불을 일으키는 장소와 시기를 선택할 수 있었으며, 수많은 용도로 불을 이용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불의 힘이 신체의 형태나 구조, 힘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이었다. 부싯돌이나 불붙은 막대기를 가진 여자 한 명이 몇 시간 만에 숲 전체를 태울 수도 있었다.
무엇이 현대 과학과 유럽 제국주의 사이의 연대를 구축했을까? 19세기와 20세기에는 기술이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근대 초기에는 기술의 중요성에 한계가 있었다. 핵심요인은 식물을 찾는 식물학자와 식민지를 찾는 해군 장교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데 있었다. 과학자와 정복자는 둘 다 무지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들은 "저밖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은 둘 다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발견을 해야겠다는 강박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새로운 지식이 자신을 세계의 주인으로 만들어 주기를 둘 다 희망했다. 

 

호모 사피엔스, 그래서 무엇을 생각했나?

스스로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호칭을 붙인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슬기롭게 생각하며 살고 있을까?

역사적으로 인류의 발전을 따라가면서 왜 역사가 이런 방향으로 흘러왔을까 생각해보는 과정이 유익했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한번도 거기에 '하필 왜?' 라는 물음표를 붙여본 적 없었는데, 요즘 책을 읽으면서 이 '하필 왜?' 물음표가 자꾸 생긴다. 그 물음표에 대해 연구를 한 사람들이 찾아낸 답을 읽으면서, 공부의 방향성에 대해서 생각한다. 여기서 더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 나의 질문에 다른 사람의 답이 아니라 내 답을 찾고 싶어지는 특이점이 오겠지. 거기까지 나아가야 진짜 공부라는 생각. 멀고 멀었고, 과연 거기까지 도달하게 될까 하는 궁금증을 조용히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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