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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70세가 노화의 갈림길

by 신난생강 2022.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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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가 노화의 갈림길 와다 히데키

좀 의외의 책이었지만 건강과 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의료인으로 살아와서 항상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게 정답처럼 머릿속에 들어있었는데 어쩌면 건강은 절대적인 답이 있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난 후 의학적으로 '쓰레기'라고 거품을 물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가 내 몸을 들여다보면서, 혹은 엄마의 노화를 어깨너머 알아가면서 느꼈던 것들에 대해 정확히 짚은 부분도 있어서 나는 재미있게 읽었고 40대 내 또래 정도의 독자에게 추천한다. 나와 나의 부모의 노화에 대해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는 100세 시대 건강한 노년의 삶은 70대에 마지막으로 결정할 기회가 온다고 말한다. 70대라고 함은 대략 은퇴 이후의 삶으로 요약되는데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65세 이후도 충분히 묶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키워드는 세로토닌과 남성호르몬이다. 저자가 정신과 의사이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햇빛을 많이 받아야 해서 느슨한 산책을 하는 게 좋고, 몸과 머리를 계속해서 쓸 수 있도록 가능하다면 일을 갖는 게 좋고,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다는 얘기들은 어느 건강 관련 서적에서도 읽을 수 있는 이야기라 사실 새로울 게 없다. 그런데 조금 다른 주장이 있다.

어차피 나이 들어서 죽을 때는 암으로 죽거나 노망이 나서 죽거나 둘 중 하나이고 심혈관계 질환으로 죽는 건 동양에선 크게 많지 않으니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행복한 선택을 하자.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이런 건 70대 이후라면 대충 무시하자.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병을 발견해봐야 수술하거나 치료하다가 더 쇠약해질 수 있으니 가끔 심장 검진, 뇌 검진 같은 거나 받자. 대신 우울하거나 식욕이 떨어지거나 모든 게 귀찮거나 하다면 정신과에 가서 우울증 치료나 남성호르몬 치료를 받는다면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거다라고 말하고 있다.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들도 제법 있었지만, 행복한 노년의 삶을 가만히 생각해보자니 그게 틀렸다고 하기에도 망설여졌다. 선택의 문제인 거지, 정답은 없는 거다.

 

그래서 평소에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내가 느끼기에 좋은 건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많은 것들을 시도해보고 생각을 하고 결론을 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 취향과 성향이 무엇인지, 내가 추구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어떤 모습으로 늙어가고 싶은지, 어려운 선택을 해야할 때 무엇을 따를 것인지, 무엇을 피하고 싶은지 나를 고찰하는 시간을 갖는 게 노년을 잘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결국 좋은 노년의 삶이라는 게 내가 선택한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삶 아닐까. 

물론 신체적으로 건강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절제 하는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젊은 시절의 선택이다. 그런데 정말 살다 보니 이게 운명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많고, 어느 순간 이후로는 극기하는 것보다 행복을 선택해서 감탄하고 그 순간에 감사하며 사는 것이 옳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 지점이 이 책의 저자와 뜻이 맞는 부분이었다.

 

그저 아는 것만으로 대접받는 시대는 지나갔다. 지식은 자랑하거나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가공하는 것이다.
고령이 되면 열심히 공부하는 것보다, 지금까지의 지식이나 경험을 토대로 자기 나름의 의견으로 가공해서 출력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SNS를 즐기자
사실 70대 사람들에게는 인생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이 있다. 반드시 그 사람 나름의 독특한 지식의 발신이 생길 것이다. 누군가와 이야기할 기회를 좀처럼 만들 수 없다고 하는 사람이라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지금은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의 SNS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올린다면, 직접적인 대화를 할 수 없어도 전두엽은 활성화된다. 그것을 계기로 당신의 글을 본 누군가와 연결되면, 새로운 의견 교환의 장소가 생기게 될 것이다.
70대가 되면 어떤 형태로든 아웃풋형 행동 스타일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발신할 기회가 있다면, '유식한 사람'보다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전두엽의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번역서라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있지만 이해하는 데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어떤 아웃풋을 만들어낼 것인가', 'SNS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말을 재미있고 센스 있게 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같은 것들은 올 한 해 내가 계속 생각해오던 부분이라 위에 인용한 내용을 만났을 때 조금 놀랐다. 나도 모르게 전두엽 안티에이징에 힘쓰고 있었나 보다. 

 

「70세가 노화의 갈림길」은 「식사가 잘못됐습니다」 같은 책들과 결을 함께 하면서도 묘하게 다르다. 일본의 단행본들을 보면 구체적이고 다양한 실험과 의견들을 볼 수 있어 재미있는 것 같다.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는 것은 충분히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책이었을텐데 그 외의 다른 소수의 주장들을 볼 수 있는 책들도 읽고 싶은 욕심이 나서 일본어를 배워보고 싶기까지 하다. 하지만 게으른 독자는 번역된 책이라도 부지런히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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