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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OKS

[119] 책과 우연들

by 신난생강 2022.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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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우연들 김초엽

결국은 인간들의 이야기라고 감상을 썼던 나는 이 책을 읽고 뜨끔했고 안절부절못했다. 그리고 나의 세계도 조금 넓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이 책 「책과 우연들」은 소설가 김초엽의 책읽기와 글쓰기에 관한 글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사적인 부분과 취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이 책도 아주 좋았다.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몇 번을 다시 읽은 부분도 있고 노트에 필사를 하기도 했고 다닥다닥 붙은 플래그 부분들을 아이패드에 정리하는 것도 몇 시간이 들었다. 

 

내가 좋아했던 소설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게 되는 과정이 참 재미있다. 예전에 정유정 작가님의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라는 책을 읽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 책도 좋아했던 소설이 쓰이기까지의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책이 스토리텔링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면 이 책은 어떤 책들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이야기가 어디에서 짠 하고 솟아나거나 작가의 내부에서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쓰여 있는 다른 책들에서 나오고 그런 것들이 계속 창작을 해야 하는 작가에게 위안이 된다는 내용을 보면서 좀 더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김탁환 작가님의 「쉐이크」에서도 소설 쓰기의 시작은 책을 100권쯤 사는 것이라고 했었는데 우리가 금세 읽어버리는 하나의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무엇이 있었는지 읽다 보면 내가 알던 그 이야기가 장인 정신으로 완성되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의 탄생의 비밀까지 공유하게 된 것 같아 다시 책장을 넘기고 싶고 문장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지고 비밀이 담긴 장면에서는 조용히 웃음을 머금게 된다.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SF는 나의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은 이후로는 이게 SF라면 내가 지금껏 SF를 오해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더 많은 이야기를 읽고 싶어졌다. 그런데 그 소설들을 읽으면서 나는 그래, 결국 인간의 이야기이지라는 생각을 분명히 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모든 걸 인간의 이야기로 치환하고 말았던 나는 '비인간을 중심에 두기'를 읽다가 너무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세상엔 인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인간 중심의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의 세계가 1이라면 SF를 읽는 사람들의 세계는 3쯤 되는 것 아닐까. 이렇게 나는 SF라는 장르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인간의 관점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한번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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