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_흥분 유지혜
2015년, 저자인 유지혜 작가가 23살이던 시절에 유럽 여행을 하고 쓴 글이다. 몇 개월 전에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읽다 말고 반납했는데 생각이 나서 다시 빌려왔다. 유지혜 작가는 인스타그램에서 @jeje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스타일리시한 스타다. 우연히 멋들어진 사진과 그 아래 짧게 달린 글들에 매력을 느꼈다. MZ 세대들의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한다. 나는 무엇보다 '조용한'이라는 단어와 '흥분'이라는 말이 조합되었다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책을 읽다 보면 이 조용한 흥분을 느낀 공간이 서점이었다는 것에 빙고를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내적 흥분에 동의할 것이다.
나도 이 책의 작가가 유럽 여행을 한 나이 즈음에 첫 유럽 여행을 했었다. 나의 첫 해외 여행이었고 첫 배낭여행이었고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다. 모든 게 처음이었지만 두려움보다 설렘이 앞서던 시절. 지금 생각하니 그게 청춘이었던가 싶다. 「조용한_흥분」을 읽는 동안 내 어린 시절 여행이 생각나서 나는 여기서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어떤 모습이었는지, 무엇을 먹었고 누구와 함께였는지 생각을 해보느라 아주 느리게 책을 읽었다.
그 당시 가장 인기 있던 유럽 여행 경로는 런던 in, 파리 out 이었다. 이 스케줄의 비행기표는 가장 빨리 팔려나갔는데 혼자던 나는 학교 앞 여행사에서 갑자기 취소된 표를 일정 조율 없이 바로 OK 하고 그 자리에서 얻을 수 있었다.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를 들락거리며 인기 있던 유럽 여행기를 읽었고 조심해야 할 것들을 익혔다. 굵은 가이드북을 사서 가기로 마음먹은 곳만 잘라내어 나라별로 묶고 나머지는 버렸다. 누군가 안 쓴다고 준 큰 배낭에 7킬로의 짐을 싸서 멨다. 최소한으로 꼭 필요한 짐만으로 꾸려 짐을 꾸렸다. 잘 쌌다고 만족했지만 현실은 한 달 내내 같은 옷을 입고 다녔다. 사진을 보면 혹시나 추울까 하고 넣었던 학교 점퍼를 한 달 내내 입고 있어 생각만 해도 부끄럽다. 그런데 당시에도 부끄러움을 느꼈던가...
지나고 보니 한창 예쁠 나이에 최선을 다해 꾸며보지 않은 것이 직무유기처럼 느껴진다. 그 때 하지 못했던 것들이 아쉬워 나는 다시 여행을 시작하려고 하는 걸까. 「조용한_흥분」 속의 어리고 예쁘고 한껏 꾸민 작고 흐린 사진들을 몇 번이고 천천히 들여다 보았다.
모든 여행은 전부 다르다. 보고 싶은 것도 다르고 하고 싶은 것도 다르다. 유지혜 작가는 글을 썼고 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게 모두 다른 데서 즐거움을 찾았다. 글은 남았고 사람은 사라졌지만 젊음과 청춘의 기억은 내 안의 토양이 되어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겠지. 철없던 시절 발산되는 에너지가 좋아서 필사를 해가며 천천히 읽으며 작가의 가장 최근작을 읽으며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렇게 담담한 여행일기를 써보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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