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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그거 얼만가요?

[줄리 & 줄리아] 성실한 보나뻬띠

by 신난생강 2020.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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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리 & 줄리아>는 팩션(faction)이다. 나는 현실에 기반을 둔 팩션의 현실감이 좋다. 영화 내용이 좋아서, 메릴 스트립이 좋아서, 에이미 아담스가 좋아서, 영화 속 요리를 구경하는 게 좋아서, 영어 공부를 하느라고 이 영화를 수십 번도 더 봤을 것이다. 최근에 아저씨와 나는 일주일에 서로 한 편씩 함께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 같이 보기로 했다. 취향에 맞지 않아도, 재미가 없어도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면서 끝까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처음 내가 고른 영화가 <줄리 & 줄리아>다.  

 

2002년, 줄리 파월은 서른을 앞두고 Lower Manhattan Development Corporation에서 911 테러 관련 전화 업무를 하고 있었다. 퀸즈의 피자집 2층의 작은 집도 불만이었고, 잘 나가는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전형적인 서른병을 앓고 있었다. 줄리는 항상 글을 쓰고 싶어 했고, 그 무렵 남편의 권유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다. 스스로 ADHD를 앓고 있어 시작만 하고 끝을 내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이번에는 반드시 데드라인을 정해 목표를 이루겠다고 다짐한다. 좋아하는 요리에 대해서 쓰기로 하고,  THE JULIE/JULIA PROJECT를 시작한다. 365 Days, 524 Recipes 가 목표다. 좋아하고 존경하는 요리사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 「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속의 524개의 레시피를 1년 동안 따라서 해보는 것이다. 이 당시 블로그 세계에서는 획기적인 프로젝트였고, 줄리 파월은 이 블로그로 유명해져 작가가 된다. 물론 직장을 다니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이 프로젝트가 가치가 있었을 수 있다. 영화에서도 힘든 상황 속에서 꿋꿋이 블로그를 쓰는 줄리를 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짜증을 내는 줄리를 응원하게 된다.

성실함은 값진 재능임이 틀림없다.

 

- Do you think Julia knows about you?
- I wish. I have this fantasy that she comes and I show her my new lemon zester. We become very close.
  The truth is, no one knows about me. I feel like I'm just sending things into this giant void.

 

줄리도 처음에는 빈 공간에 글을 날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요즘 내가 딱 그런 심정이다. 아무도 내 블로그를 모른다. Hello? Anyone? Anybody?    

 

 

줄리아 차일드는 좀 대단한 여성이다. 일단 1912년에 태어났는데 키가 188cm까지 자라 농구선수도 했다고 한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정부가 해주는 식사를 먹으며 자랐고, 프랑스에 간 37세까지도 요리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랬던 줄리아는 남편 폴이 데려간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 '라 쿠론(la couronne)'에서 웨이터가 발라준 생선요리를 먹으며 정신적으로 깨어났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고 한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바로 그 장면이다. 꼬르동블루에서 요리를 배운다. 자신을 무시한 남자들에게 이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산처럼 쌓여 있던 양파와 즐거워하는 줄리아 차일드. 요리책을 쓰고 요리 TV를 진행하며 미국에서 수많은 사랑을 받았고 미국인에게 요리하는 즐거움을 깨우쳐주며 미국의 식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우리의 백종원 선생님이 바로 한국판 줄리아 차일드인 것이다.  

 

영화에서 보면 줄리와 줄리아의 성공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데 고민을 많이 했고, 좋아하는 것을 실행에 옮긴 후에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성실하게 몰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목표가 있었고 목표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있었으며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다정한 남편들의 외조가 있었다. 작가로 성공한 이후 파월 부부는 불륜 스캔들이 있었던 것 같지만, 남편을 포함한 가까운 사람들의 사랑과 응원이 끝까지 하는 데 큰 힘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영화를 함께 보면서 아저씨를 흘깃 보고 미소를 지었다. 든든한 내 편.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 

You are the butter to my bread, the breath to my life. 

 

마지막으로 여행 중에 남해 아난티에서 발견한 줄리아 차일드의 말. 

"People who love to eat are always the best people"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영화 속 줄리아 차일드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Oh, Ju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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