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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그거 얼만가요?

일단 무엇이든 쓰는 습관, 블로그

by 신난생강 2021.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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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블로그를 새로 만들면서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써서 나도 남들처럼 블로그를 제2의 파이프라인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야심 찬 꿈을 품었다. 언제나 글쓰기에 대한 꿈이 있었고, 블로그 초창기부터 일기처럼 기록한 글로 블로그를 꽤 오래 쓰기도 했었다. 글쓰기 책을 주기적으로 읽었고 그때마다 꾸준히 글을 쓰는 것, 오늘 글을 쓰는 것이 글쓰기의 비법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것이 거의 모든 글쓰기 책의 비법이라니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만 어려운 일이 아닌가 보다. 

 

올해 초, 야심차게 많은 것들을 시작했다. 매주 도서관을 가서 책을 빌리고 읽겠다는 ''일주일 두뇌 식량 :52주 챌린지'를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했고, 회사에서 지원받는 독서통신교육도 신청해서 매달 책을 읽어야 한다. 고민했던 방통대 4학년 1학기도 등록했다. 그동안 꿈으로만 품어왔던 폴댄스도 시작해서 온 몸이 항상 멍투성이이다. 어피티 메일도 구독하여 매일 아침 짧게라도 경제 이슈를 읽고 있고, 암호화폐도 공부하고 투자도 하고 있다. 코딩 수업도 들어보았는데, 대학 때 한 학기 배웠던 C언어 덕분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기웃거려 보면서 매일 세상이 넓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매일 여유롭고 즐거웠고, 생기가 있는 시간이었다. 여유라는 것이 이렇게 삶을 다르게 만들었다. 

 

7개월 만에 인사이동으로 다시 지옥맛을 보고 있다. 매일 일에 쫓기고 하나를 해치우기 전에 서너 개의 새 일이 쌓여 있어 숨이 차는 일상을 보내면서 가장 먼저 도서관 생활이 끝이 났다. 독서통신교육으로 받은 책을 한 권 읽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방통대는 올해부터 수업 듣는 시간도 성적에 반영이 되어 더욱 골칫덩이가 되었다. 맙소사, 이번 학기 경제학 과목들로 채워뒀는데 휘리릭 교재를 넘기며 그래프들과 수식을 보면서 한숨부터 나왔다. 그나마 중국어 수업이 전공과목으로 되어 있어 하나 넣어 놓은 게 일단은 다행이다 싶다. 기초 중국어 정도는 하다 보면 예전에 배워둔 게 생각이 나겠지. 그리고 지금 나의 유일한 즐거움인 주 2회 폴댄스 수업. 저게 된다고? 싶던 동작들, 절대 안 될 것 같은 것들을 특별히 더 연습한 게 없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하고 있을 때의 놀라움이 나를 살아있게 한다. 아직 아름답지 않지만, 있는 힘을 다해 폴을 타고 있을 때의 희열. 풀리지 않는 일이 쓰나미처럼 몰려와도 폴댄스 수업 날은 6시 땡 하면 컴퓨터를 끄고 폴웨어를 입고 시끄러운 음악에 몸을 맡긴다. 암호화폐 투자는 매주 일정 금액을 적금처럼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험해보고 있고, 일부는 아직 오르지 않은 작은 종목에 단타로 매매하고 있다. 주식과 다르게 24시간 장이 열려있어 퇴근 후에 대응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아직 수익은 주식이 더 좋다. 이건 투자금이 더 많으니 당연한 거고. 

 

강원국 작가님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를 읽다가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방치한 블로그가 생각이 나서 메모같은 근황을 남겨본다. 오늘 이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질문이 50개면 책이 된다는 것, 눈 앞에 보이는 것을 묘사하면서 세계를 확장하는 것, 메모를 하고 사유하고 결과를 메모로 남기는 사이클 같은 것이었다. 삶이 바쁘면 세상을 피상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 잠이 안 와서 수면제 몇 알을 삼킨 후 잠깐 읽은 이 책 몇 장이  공감하지 못한 채 명령어가 떨어지면 기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영혼없는 공무원인 나를 움직여 글을 몇 자 쓰고 잠자도록 움직였다. 앞으로도 이 블로그는 잘 꾸며진 프로젝트의 기록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그냥 간단히 생각을 정리하는 일기장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이로써 파이프라인 같은 꿈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지만, 어쨌든 무엇이든 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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