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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그거 얼만가요?

[부자들의 사회학] 부자들에게 배워야 할 것은 '연대'

by 신난생강 2020.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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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사회학
국내도서
저자 : 모니크 팽송-샤를로,미셀 팽송 / 양영란역
출판 : 갈라파고스 201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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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부자 이모가 되고 싶다는 글을 트위터에서 본 이후로 남몰래 나의 소중한 꿈으로 간직하고 있었는데 곧 조카가 태어나면 당당하게 큰 꿈을 펼쳐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요즘 부자가 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은 경제적인 자본만 있다고 해서 부자의 대열에 낄 수 없다는 것을 로또에 당첨된 주인공 가족을 통해 보여주는 흥미로운 만화다. 프랑스 작품이라 우리 현실과 차이나는 점이 있지만 부자를 꿈꾸는 우리들이 한번쯤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질문들을 마주하게 된다. 나름 부자가 갖추어야 할 품격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으니까.

 

 부자들은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는 부와 권력을 자손들에게 확장, 강화, 대물림하기 위하여 그들만의 사회를 구축하고 있는데 그 장벽은 생각보다 공고하고 필사적이라 벼락부자나 신흥부자들이 함부로 진입할 수 없다. 일종의 부르주아 집단인데 이들은 경제자본 뿐만 아니라 문화자본, 사회자본, 가족자본, 상징자본의 합으로 견고한 성을 쌓는다. 이것은 개인주의가 만연하며 노동자 계급의 연대가 해체된 것과 다르게 개인주의를 충분히 향유하면서 그들만의 연대를 통해 기득권을 지키는 보수의 힘을 보여준다. 여기에 배워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인데, 뜻밖에 만난 '연대'라는 단어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구리지만 이것도 '연대'라고 할 수 있구나 생각하고 보면 내가 얽힌 연대는 참 청정하고 약하고 미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부자는 대물림을 할 거리가 아니지만, 대대손손 대물림 되고 있는 현실계의 부자들을 생각해보면 수저 논란이 백만번 이해가 된다. 애초에 시작이 다르고, 과정이 다른데 몇 대만 거듭하면 범접할 수 없는 가문을 이루게 되는 것, 계급은 현존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니 보잘 것 없는 당신, 부자가 될 꿈은 꾸지도 말라? 그런 건 아니지만 씁쓸한 뒷 맛. 

이 책의 한글 실사판 버전이 떠오르는데, 몇 달 전에 읽은 「한국 재벌의 흑역사」라는 책을 보면 흥미롭고 치졸하고 부지런하고 억척스러운 우리나라 재벌들의 필사적인 담 쌓기의 역사를 넋을 놓고 읽게 된다. 지킬 게 많으면 그냥 편하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이라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탓하기에 애매해지는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 물론 수많은 마음의 쌍욕 끝에 다다른 결론이지만.

 

 그들이 쌓은 벽을 넘고 싶은 것도 아니고 허물고 싶은 것도 아니다. 무기력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는 나로서 소중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내가 생각하는 부자는 그들이 온갖 것을 갖다 붙인 어려운 부자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부자들의 사회학 따위 집어치우고, 나는 나의 길을 가려합니다. 내가 목표한 부를 이뤄 알쏭달쏭 부자고모가 될 것이고, 작은 연대에 동참하여 "너네 근데 이건 잘못했어" 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며 살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사회학이고 나의 작지만 큰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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