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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그거 얼만가요?

[두 번째 지구는 없다] 나의 빚쟁이 친구

by 신난생강 2020.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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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수현이라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가 열심히 취업해 회사에 다니게 되었는데,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 월급은 200만 원인데 한 달에 쓰는 돈은 350만 원이라고 한다. 버는 돈의 1.75배나 소비하니 매번 적자이다. 좀 아껴 쓰라고 충고도 해보지만, 커피값이며 택시비며 이래저래 나가는 돈이 많다며 새겨듣지 않는다. 이 친구는 늘 나에게 돈을 빌린다. 한두 번은 흔쾌히 빌려주었지만, 점점 나도 부담스러워졌다. 이 친구가 버는 것보다 많이 소비하는 습관을 고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는 다시는 수현이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
국내도서
저자 : 타일러 라쉬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RHK)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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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빚쟁이 친구 수현이와 다를 게 없다는 게 타일러 작가님의 말이다. 12월까지 사용해야 하는 생태용량을 7월이면 다 사용하고, 나머지 5개월은 미래의 자원을 당겨 쓰는 상황이라고 한다. 지구가 재생산해낼 수 있는 1년 치 자원을 모두 써버린 날은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이라고 하는데 작년에는 729일이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결과로 전 세계 탄소배출량이 10퍼센트 이상 줄었고,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도 24일 늦춰져 822. 그러나 우리는 이미 올해의 지구를 다 쓰고 수현이 신세가 되었다. 수현이는 다른 친구에게 혹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쓸 수도 있지만, 지구는 하나이고 어디서도 빌려올 수 없다.

 

이 책에서 나는 두 가지 관점이 인상적이었다. 하나는 해결책이 분노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1950년대부터 이미 알고 있었지만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대기업들의 로비를 통해 환경 이슈를 계속 묻어왔다는 것, 그런 식으로 몇몇이 차지할 을 위해 모두의 환경을 희생시켰다는 사실에 전 세계가 분노하고 행동으로 이들을 저지하고 더 이상 호구로 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을 파괴하는 것을 통해 이익을 창출한 기업의 상품을 불매하고,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정치인에게는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책임보다는 정치·경제·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은 낭비를 줄이고, 물질적 풍요에서 오는 편안함을 내려놓고, 지구를 회복시키는 데 연대해야 한다.

 

두 번째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위의 해결책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일 수 있는데, 작가님이 레일라 아자롤루(Leyla Acaroglu, 지속가능 전략가이자 언스쿨UnSchool 창립자, 2016년 UN 환경 분야 최고 권위상인 지구환경대상을 수상했다)의 초청 강연에서 배운 매핑mapping이었다.

 

우리 앞에 머그잔이 있다고 하면 이 머그잔이 무엇에 연결되어 있는지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며 관계망을 그리는 것이다. 머그잔을 만드는 데 사용한 흙, 도자기를 굽는 데 사용한 나무, 나무가 자란 숲... 조금씩 이렇게 관계망을 그리다 보면 나중에는 머그잔이 단순한 머그잔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그렇게 볼 줄 알아야 하는 세상이 와버렸다. 그 연결을 볼 수 없다면 기후위기 극복은 불가능하다.

물건에 매핑을 통해 관계망을 그려보는 것은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런데 이건 머그잔처럼 자연에서 시작되어 자연을 거치며 생태적으로 만들어졌을 때야 아름답고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주변의 수많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물건들은 석유에서 추출되어 공장과 공장과, 공장을 거쳐 우리에게 왔다. 과정까지 아름답지 않은 것은 배척하는 것, 그 물건의 마지막까지 책임질 수 있는 것만 삶에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연결을 보기 위해 애쓰고 시간을 들여보는 것은 빚쟁이인 우리가 가져야 할 책임이자 태도이다.

 

6도의 멸종이라는 책이 소개되고 여러번 인용되는데, 온도가 1도씩 올라갈 때마다 생물 종이 어떻게 멸종되는지 알려주는 책으로, 알아가는 것이 두려워 읽기 몹시 힘든 책이라고 한다. 나도 이 책에 도전하고 양심을 추슬러보도록 하겠다.

 

아, 그리고 타일러 작가님,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서기 위해 외국어로 책까지 쓰시다니, 무척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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