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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그거 얼만가요?

[김지은입니다] 결국, 필요한 건 용기

by 신난생강 2020.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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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여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김지은입니다」가 재조명되고 있다. 앞의 여러 포스팅에서 이 책을 언급했는데, 나는 이 책을 마지막장까지 아프고 초조한 마음으로 읽었다. 그리고 나는 '용기'를 배웠다. 

 

김지은입니다
국내도서
저자 : 김지은
출판 : 봄알람 20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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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의 미투부터 나는 사건들을 깊게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다. 조직 내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나 성추행 같은 경우 너무 뻔하고 흔해서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이미 알았다. 단지 그 조직이 검찰이고, 도지사고, 시장이어서 사건의 후폭풍이 거셌던 것이고, 피해자들은 누구보다도 큰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 위협의 크기는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지만, 살기 위해서 누군가는 전국민이 보는 뉴스에 얼굴을 드러내야 했다는 것으로 느낄 수 있었다. 뒤늦게 유튜브로 뉴스룸 영상을 찾아보고 차분하지만 두려움에 떠는 그 옆에서 꼭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유죄 확정을 받은 걸 이미 알고 보아도 그랬다. 우리는 이것을 '연대'라고 부른다. "도와줄게" 그 한마디에 막연히 가지고 있던 두려움이 깨지고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권력 뒤에 숨었고, 참으라고 했다. 그러나 돕겠다는 누군가의 응원에 용기를 냈다. 누군가의 어려움 앞에 "도와줄게"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용기들이 모여 세상을 바꿨다. 

 


시간이 지나고 수행 업무를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는 안희정이 가진 권력의 크기를 점점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럴수록 두려움도 커졌다. 범죄 피해 사실을 말하는 순간 내가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공포가 그대로 굳어져갔다. 나중에 알게 된 단어지만, 그것은 '학습된 무기력'이었다.


너무나 이용당하기 쉬워 보이는 여리고 똑똑하고 열심히 일만 하는 캐릭터가 꼭 나를 보는 것 같아 자꾸 주먹을 쥐게 되었다. 과거의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나도 세상을 좋게 바꾸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용기를 내고 싶었다. 정치적인 활동은 불가능한 상태이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비건이 되기로 했다. 지난 학기 방송통신대학교 무역학과 교양 과목인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들으면서 환경문제와 식량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때마침 넷플릭스에서 <몸을 죽이는 자본주의 밥상>을 보았던 것이 결심에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남을 위해서 손을 들기로 했는데 이번 인사이동에 갑자기 이동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라고 해서 뜬금없이 번쩍 손을 들어보았다. 다음주, 그 다음주에 줄줄이 업무 관련 교육을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전혀 인사이동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도 조금 한적한 곳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잠시 쉴 수 있는 자리에 가서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한 준비도 하고 전출 준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자마자 용기를 내어 손을 들었다. 모두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의견이 반영되어 원하는 자리로 왔다. 발령 받은 지 1주일 조금 넘었는데 아침마다 출근길은 즐겁고, 출근길을 혼자 보기 아까워 고프로라도 사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이 책은 올 해 나를 가장 많이, 크게 바꾸었고 성장시킨 책이다. 한 사람의 용기 있는 이야기는 또 다른 용기를 낳는다. 그렇게 우리는 올바른 일을 위해 연대하고 성장할 것이다. 아직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수사가 진행중이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금 기다리고, 그동안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력이 무엇인지, 2차 가해가 어떻게 사람을 망칠 수 있는지 모르겠거든 제발 책이라도 읽고 배우길 바란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손을 들고 손을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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