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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000] 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

by 신난생강 2022.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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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 이혜미

 


이젠 아주 익숙해져 버린 'MZ세대'라는 말은 1980년대 초 ~ 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를 가리킨다. 제법 범위가 넓어 나도 얼떨결에 MZ세대에 속하게 되었다. 결국 이런 말들은 세대 갈등을 일으키게 되는데, 윗 세대들은 싹수 노랗고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젊은 세대들을 혀 차며 이렇게 묶어 부르고, 젊은 세대는 이런 말로 세대를 구분하면서 윗 세대들과 다른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들의 처지에 분노하거나 체념하는 데 이용한다. 이 책에서 조곤조곤 잘 정리해서 따지고드니 어쩐지 같은 MZ세대로서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이 두둥실 떠오르며 화가 났다. 잔인하지만 잊혔던 말인 '3포 세대' 그것도 나거든. 연애는 부지런히 했지만, 그게 3포 세대의 본질을 흩트리지는 않는다.
어쨌든 「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는 1989년생 현직 기자인 MZ세대 저자가 우리 MZ세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서 다루는 책이다.

 




몇 가지 재미있는 주제가 있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신조어에 대한 내용이었다. 재미없는 것을 보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유튜브에서 요약본을 미리 보고 재미가 보장된 경우에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들을 본다는 것이었는데,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세대가 작고 소중한 휴일을 지키기 위해 하는 애처로운 행동이라고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나도 언젠가부터 미리 맛집을 찾고, 꼭 가볼 곳을 찾고, 리뷰를 찾는 게 아주 익숙한 행동이 되었고 그게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여겼던 것 같은데 그 모든 게 실패의 낭만을 포기한 행위였다. 그러다 보니 모두들 같은 것을 쫓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정체성을 구축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미라클 모닝'에 대한 해석도 일리가 있었는데, 이게 아침 일찍 일어나 자신의 시간을 갖는 것이긴 하지만 과거에 '아침형 인간' 열풍 당시와는 다른 현상이라는 것이다. '아침형 인간'이 자기계발의 신화와 연결된 무엇이라면, '미라클 모닝'은 누군가는 명상을 하고, 요가를 하기도 하고, 달리기를 하기도 하고, 일기를 쓰고, 필사를 하기도 하는 반자본주의 의식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쟁을 전제로 한 '자기 계발'이라는 납작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다는 설명에 머리를 끄덕인다. 

 

지구를 위해 소비를 줄이고 채식을 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 명상을 하고 아침엔 주식을 하는 세대.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돈쭐내는 것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자본주의 키즈. 재미를 위해 부캐를 만들고 경험하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 세대.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위안과 내가 왜 그러고 있었던 것인지 나도 모르고 하던 행동들이 이런 이유였던 건가 하고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었다. 재미있고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논리와 글도 잘 짜였다. 90년대생 어쩌고 하는 세대에 관한 그 어떤 책들보다 통찰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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