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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00]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애슐리 반스

by 신난생강 2022.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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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느라 어제 하루 종일 끙끙댔다. 일대기 형식이라 흥미진진하게 읽었지만 기술적인 부분들을 이해하면서 읽기란 쉽지 않았다. 너무 재미있긴 한데 책이 진도가 안 나가서 반달씨에게 쓸데없이 짜증을 내기도 했다. 세상을 바꾼 사람들이 궁금한 나에게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피터 틸과 일론 머스크, 내가 생각했을 때 약간 같은 한 묶음이었는데 알고 보니 완전히 다른 종류의 카테고리였다. 페이팔 마피아라고 묶이지만, 둘이 그다지 친할 것 같지도 않다. 한 사람은 회사 안에서도 우정을 찾는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타입이고, 한 사람은 자신의 사업이 사람보다 더 중요한데 친해질 수 있을까?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

일론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생이고 10대까지 그곳에서 보냈다. 컴퓨터 게임과 SF소설에 푹 빠져 있었고, 수학과 물리학을 비롯해 공부를 잘했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아웃사이더 소년이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세계여행을 했을 정도로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다. 뭔가 비범하고, 우울하고, 고집 세고,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보고 말지만 괴팍하고 제멋대로일 것 같은 느낌이 팍 온다. 이런 사람이 경영을 전공했다. 자기 사업을 일으켰고 목표를 향해 매진했고 자수성가했다. 친해지고 싶은 캐릭터는 아니다.

그런데 세상을 바꾼 천재가 되고 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스티브 잡스가 일단 추앙부터 받듯이 넥스트 잡스라고 칭하는 이들이 생기니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도 달라졌다. 그리고 나는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가 좋았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태양광 에너지, 전기자동차, 우주를 추구하는 비전이 마음에 들었고, 하겠다고 한 것은 한다며 모든 걸 다 걸고 시작하는 자세에 신뢰가 생겼다. 솔라시티, 테슬라, 스페이스 엑스는 각각의 사업체라기보다 머스크의 머릿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생태계다. 머스크의 가장 큰 장점은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세계관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과학적으로 계산을 한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방법을 찾는다. 남들과 달라야 한다고 고집하지는 않지만, 그의 방식은 혁신적으로 다르다. 이렇게 팬덤은 만들어진다.

래리 페이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경험으로 판단할 때 자신이 그다지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을 맞았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직관은 썩 좋지 않아요. 그래서 일론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예외 없이 제1원칙부터 지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문제에 담긴 물리적 원리는 무엇일까? 해결하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비용은 얼마나 들까? 비용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을까? 어떤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하고 흥미진진한지 평가할 때는 일정 수준의 공학과 물리학 개념이 필요하죠. 일론은 이 방면에서의 지식이 비범할 뿐 아니라 비즈니스. 조직. 리더십. 정부와 관련된 쟁점도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사실 함께 일하기는 힘든 사람이다. 하루에 20시간씩 일하고 모든 일을 알아야 하고, 수시로 나타나 일에 대해 묻고, 시간 단위도 모자라 분단위로 계획을 쪼개서 달성하기를 원하는 CEO. 맘에 들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고, 밖에 나가서 자기 마음대로 상의되지 않은 계획을 말하고, 최측근조차도 단칼에 해고해버리는 사람이 내 상사라면 내가 하는 일의 비전이 아무리 크다 해도 견뎌내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스페이스 엑스와 테슬라의 직원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렇지만 투자자라면 일론 머스크에게 투자를 하겠다. 내 돈을 가치 있는 곳에 쓰고 세상을 좋게 만드는 데 투자한다면 그리고 반드시 성과를 낼 것이라는 신뢰를 준다면,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머스크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던 사람들은 머스크에게 투자해서 지금쯤 큰 성공을 이뤘을 것이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야 하는 사람이라면,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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