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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00] 뉴맵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왜 싸우나?

by 신난생강 2022.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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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맵, 대니얼 예긴

 

「뉴맵 THE NEW MAP」 에너지, 기후, 지정학이 바꾸는 새로운 패권 지도
이름을 보기만 해도 한 걸음 뒷걸음질 쳐지는데 630쪽 벽돌이다. 나는 누가 추천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책을 찾아낸 것일까? 도서관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이 책을 마주했는데 잠깐 고민을 했다. 이 아이, 데려가도 될까?
근데 목차를 보니 내가 딱 찾아 헤매던 그거였다. 미국, 러시아, 중국, 중동, 그리고 에너지와 기후. 설 연휴 동안 읽으면 딱 좋겠다 싶었다. 책은커녕, 조카 솔스타 뒤를 졸졸 따라다니게 될 줄도 모르고.

아이패드가 생겨서 이 책을 읽기에 참 좋았다. 아이패드 이렇게 좋은 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살 걸.
사실 반달씨가 그림 그리라고 사준 건데, 용케도 프로크리에이터를 바로 사지 않았다. 때마침 읽었던 「결국엔, 그림」 책에서 무료앱 스케치북을 써보라고 되어 있어서 스케치북을 깔고 몇 번 그림을 그리다가 보잘것없는 그림 실력에 흥이 나지 않아 치워 버렸고, 독서 필기노트로 쓰겠다며 굿노트를 결제했다. 그리고 아주아주 잘 쓰고 있다. 책에 나오는 지도를 찍어서 노트에 붙여놓고 책을 읽으니, 책을 뒤적일 필요도 없고, 펜슬로 글자도 쓰고, 줄도 긋고, 그림도 그려놓고... 이래도 남들이 쓰는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겠지만, 이만큼만 써도 너무 만족스럽다.

 

 

 

 

 


그래서, 뉴맵은 미국, 러시아, 중국, 중동의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두꺼운 책이라 욕심내지 않고 하루에 한 챕터씩만 읽기로 했는데, 전부 싸움 이야기이니까 생각보다 아주 재밌게 읽힌다.

1장 미국의 새로운 지도는 미국이 셰일가스를 본격 개발하면서 극적으로 부활한 이야기이다. 어떤 유튜브에서 봤는데 이건 안 그래도 부자인데, 이 부자 앞마당에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나 생긴 거랑 같은 거라고 했다. 전 세계가 우려했던 트럼프의 시대가 지탱될 수 있었던 이유는 셰일이었다.

2장 러시아의 지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촉즉발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왜 일어나는지 배운다. 매일 뉴스에 나오는 거라 쟤들이 왜 그런지 알게 돼서 속이 시원하다.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소련 시절 같은 연방이었고, 러시아에게는 우크라이나 원래 내 거라는 생각이 있는데 우크라이나가 주변의 다른 나라들처럼 러시아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나토에 가입하여 친미, 친유럽이 되려 하자 러시아는 이를 막아야 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리적으로 러시아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유일한 부동항이 크림반도에 있고, 엄청난 식량 재배 지역이고,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완충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땅에는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송유관이 지나간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이 가스 때문에 갈등을 빚어왔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게 되면 러시아의 코 밑에 미군이 주둔하게 될 수도 있다. 나토는 가입국 중 한 나라가 침략을 받으면 가입국 전체가 떼로 몰려가서 싸워주기로 되어 있다.
2014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대규모 시위 사태로 대통령 야누코비치가 미국으로 도주하고 과도 정부가 된 상황을 틈타 크림반도를 장악했다. 공교롭게 소치 동계올림픽을 하고 있던 그때였다. 그 이후로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지키고, 나토 가입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실 상 러시아와 미국의 싸움이란 걸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듯하다. 여기서 적극적으로 러시아에게 너 하지 마라고 큰소리치는 영국과 노르트 스트림2를 물 밑에 두고 뒷짐 지고 있는 독일과 여기저기 중재하고 있는 프랑스와 버튼을 쥐고 시험대에 오른 바이든 정부, 그리고 푸틴의 러시아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거기엔 지도와 가스가 있었다. 핵을 포기했던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보면 이란과 북한을 한번 생각하게 된다. 누구의 입장에서도 해결점이 잘 보이지 않는데, 에너지 가격은 치솟고 있다.

3장은 중국의 지도인데 여기에 중국도 또 미국과 싸운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공공의 적 앞에 러시아와 손을 잡은 중국. 남중국해를 둘러싼 쟁점과 짧지만 신장 지역의 갈등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에너지 관점에서 패권을 다루고 있어 어쩌면 공의 한쪽 면일 수 있다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다른 면도 있나 싶게 거의 모든 것인 것 같다. 에너지 안보의 측면에서 아직 중국은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탈탄소 에너지에 중국이 일찍이 뛰어들었나 보다.

4장은 중동의 지도이다. 이쯤 오면 나의 무식함이 지긋지긋해진다.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다. 한숨 한번 크게 쉬고, 중동에는 도통 겁이 없는 문제아가 하나 있고, 걔가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며 구역의 짱을 먹겠다고 해서 이토록 온갖 문제가 생겼다. 그 문제아는 이란이다. 물론 이 문제아가 생겨난 탄생의 비밀도 당연히 있다. 콩 심은 데 콩 난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열강들은 중동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중동의 지도를 그렸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서 불만이 생겨났고, 이슬람 종교를 통해 이들은 뭉치고 편을 갈랐다. 그중 가장 보수적인 형태의 이슬람 성직자에 의해 만들어진 시아파 이란. 그리고 석유의 나라들,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 이 동네는 정말 엉.망.진.창.이다.


중동은 이 책만으로 쉽지 않다. 이 책을 찬찬히 다 읽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냥 지금 현재 미국, 중국, 러시아의 패권 다툼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이해하는 정도라면 이 책의 딱 절반인 1~3장을 읽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은 1등인데 가스랑 기름이 갑자기 펑펑 나오면서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절대 강자가 되었다. 2등인 중국은 시시콜콜 미국의 견제를 받고, 가스와 석유를 수입해와야 하는 입장에서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 러시아는 가스랑 석유를 싸게 잘 팔고 있었는데 갑자기 시장에 미국이 들어와 밥그릇을 빼앗아 가고 있다. 1등이 굳건한 1등인데, 어떻게 판을 뒤집으려 할지 우리는 무섭다.
역사적으로 열강들은 필요하면 싸워서 취했다. 문제는 새우등이 터진다는 거고,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새우등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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