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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그거 얼만가요?

2021년 나의 커피 : 모모스커피

by 신난생강 2021.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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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드립 커피를 좋아한다. 최반달씨도 ㅋㅋㅋㅋ (아저씨의 신종 별명 반달. 앞으로 반달씨로 부르기로 한다.) 

특히 나의 전용 최바리스타가 내린 커피를 좋아한다. 커피를 잘 모르지만 커피를 마시는 것, 커피콩을 가는 것, 커피를 내리는 것을 좋아한다. 커피숍에서 잘 내려진 커피를 예쁜 잔에 대접 받는 것, 커피향이 퍼지는 것, 커피빵이 피어오르는 것, 캠핑장에서 커피 한 잔 모두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꽤 오랫동안 입에 맞는 커피콩을 찾아 여기저기 커피원두 방랑을 했고, 매번 좋아했던 커피가 변했지만, 2021년, 올 해의 원두 봉지를 모아놓고 보니 단연코 모모스커피의 해였다. 세어보니 12봉지나 있다. 지금 마시고 있는 것도 모모스커피이니까, 모두 13봉지. 200g 원두이기도 했고, 500g 원두이기도 했다. 가끔 모모스커피 드립백도 마셨으니까, 참 많이 마셨다.  

 

 

1월. 모모스커피. 에티오피아 부쿠 사이사, 엘사라도르 라 시베리아, 에스쇼콜라 블렌드 

블렌드 커피가 있는 것을 보니 모모스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초창기였나보다.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쉽 챔피언 전주연 바리스타의 모모스커피라고 막연히 알고 있었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었다. 원두부터 접했고, 우리는 모모스커피 에티오피아 부쿠 사이사에 푹 빠졌다. 커피의 향과 산미가 다르다. 다른 커피를 먹다가도 결국 다시 돌아가고 만다. 

 

2월. 울산 지역 커피를 마셨나보다. 모든 콩이 봉지에 원두 산지가 없어 모르겠지만, 아마도 모두 에티오피아일 것이다.

두동보건지소에서 일할 때 근처 발레나 식스 커피숍의 커피를 샀나보다. 커피콩이 떨어져 급하게 사온 것이겠지. 종종 점심시간에 발레나 식스, 이안에 들꽃 같은 두동의 유명한 커피숍에서 빵과 커피를 먹곤 했다. 조용히, 혼자 갓 구운 빵과 커피를 점심으로 먹는 호사를 부렸던 시절인데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빨간 봉지는 우리가 울산에서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는 AG커피. 삼산에 나갈 일이 있을 때마다 한번씩 들린다. 주차하기 힘들어서 자주 가진 못하는 곳. 주차왕 최반달씨가 있을 때만 간다. 커피숍에서 드립커피 잘 안 시키는데, AG커피에 가면 반드시 드립커피로 마신다. 여기 원두는 비싼 편이라 잘 사지 않는데, 이 때 호기롭게 한 봉지를 사온 이후로 절대로 사지 않는다. 왜냐하면... AG커피에서 내려주시는 커피에 비해 우리가 내린 커피는 충분히 맛있지 않아서, 좋은 원두는 전문가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브라운커피는 언양에서 제일 맛있는 원두를 팔던 곳이다. 드립커피에 눈을 뜨게 해 준 맛있는 원두를 가까운 곳에서 살 수 있어 한 때는 이 곳 커피만 마실 정도로 좋아했는데 과거형인 이유는 최근에는 커피콩 종류가 많지 않고, 어느 순간 문이 닫혀 있을 때가 많아 자연스레 발길을 끊게 되었다. 

 

3월. 다시 모모스커피. 에티오피아 첼베사. 에티오피아 부쿠사이사가 품절이라 에티오피아 원두인 첼베사로 주문했다. 

 

4월. 아름다운 커피를 주문했다. 우리의 에티오피아 사랑은 여기서도 발한다. 에티오피아 아라모 내추럴과 벤치 마지 내추럴. 종종 공정무역, 착한소비 이런 이슈를 접하게 되면 문득 생각이 나 아름다운 커피를 주문한다. 가격도 좋고, 맛도 괜찮다. 블렌딩보다는 에티오피아. 

 

6월. 다시 최애 커피로 돌아옴. 모모스커피 에티오피아 부쿠사이사. 저 봉투를 열 때, 훅 올라오는 향이 너무 좋다. 

모모스커피 홈페이지 외에, 편집숍 29cm에서도 모모스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 할인쿠폰이 뜰 때, 패션이 아닌 커피를 쇼핑한다. 

 

7월. 앤트러사이트 원두에 도전. 오래 전 <제주카페>라는 책에서 만난 적이 있던 이름이다. 원두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이 소환되었다. 나쓰메 소세키, 버터 팻 트리오, 공기와 꿈. 셋 다 블렌딩 커피인데 브라질 원두 비중이 높은 버터 팻 트리오와 에티오피아 원두 비중이 높은 공기와 꿈, 나쓰메 소세키. 무슨 생각으로 세 봉지나 샀을까... 곰곰히 떠올려보니 아마도 배송비를 없애려고 그랬겠지...?! 버터 팻 트리오는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는 기억만 난다. 반달씨는 커피를 좋아하지만, 원두가 본인 입맛에 안 맞으면 커피를 잘 내리지 않는다.

 

8월. 모모스커피. 에티오피아 부쿠사이사가 없었나보다. 에티오피아 첼베사와 라로 보다. 라로 보다는 드립백으로 나오던 그거 아닌가? 

 

9월. 다시 모모스커피. 반달씨 최애 에티오피아 부쿠 사이사 500g을 들였다. 200g 짜리 프루티봉봉 블렌드도 함께 샀다. 700g을 샀지만 금새 동이 났다. 엄청난 양을 보고 신이 난 반달씨는 아침에도 밤에도 원두를 콸콸 갈아서 커피를 잔뜩 내렸다.

 

10월. 부산의 또다른 유명한 커피, 커피미미를 알게 되어 주문을 해보았다. 디카페인 드립백과 에티오피아 두메르소 500g. 원두 가격이 저렴했고, 디자인이 귀여웠다. 디카페인 드립백은 모모스커피보다 커피미미 콜롬비아 디카페인이 더 입에 맞았다. '곰인지아닌지'라고 가을 커피 블렌딩을 샘플로 넣어주셨는데, 사무실에서 먹던 이디아 바닐라라떼 같은 사이즈였고 앞에 바닐라 어쩌고라고 쓰여 있어서 당연히 커피믹스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브랜드 커피숍에서도 많이 나오니까. 사무실에서 컵에 붓는 순간 커피콩이 와르르.....

10월 말, 다시 모모스커피 에티오피아 부쿠사이사 500g으로 도돌이. 

그리고 12월, 29cm에서 연말 할인 쿠폰을 마구 쏘는 바람에 추가로 또 주문. 진심으로 모모스커피와 함께 한 2021년이었다. 2022년엔 시간이 많으니까 AG 커피에서 핸드드립을 배워보고 싶다. 생색쟁이 최바리스타보다 더 근사한 커피를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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