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 마스다 미리
마스다 미리 작가는 어떻게 저렇게 다작을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다가 이 생각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여행기는 평소에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렌즈다. 여행이라는 게 낯선 환경으로 공간의 변화를 주는 것이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 약간의 긴장 상태가 되기 때문에 평소 자신의 삶의 모양이 본능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여행 자체를 미화시킬 수는 있지만 새로운 것을 만났을 때의 태도와 생각이 나아가는 방식을 보면서 그 사람을 상상해보는 것이 여행기를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
「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은 2017년, 2018년, 2019년의 핀란드 여행에 대해 쓴 여행에세이다. 일본에서 핀란드까지는 직항으로 10시간의 거리인데 3년을 연달아 핀란드를 여행했다. 2017년의 첫 여행도 사실상 핀란드 첫 방문은 아니었다. 일본 사람들이 핀란드를 좋아하는구나 생각한 건 이 책에 잔뜩 나오는 시나몬롤을 보고 영화 「카모메식당」이 바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리메꼬 매장에 일본인이 잔뜩 있었다는 구절을 마주하니 그렇지 싶었다. 왠지 어울린다.
공상.
사람은 많은 공상을 하면서 어른이 된다. 시시한 공상부터 용기가 샘솟는 공상까지.
마술사가 될 수 있다는 공상은 어린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내 마법의 소도구는 '열쇠'였다. 장난감 열쇠를 열심히 모았다. 반짝거리는 황금색 열쇠, 분홍색과 하늘색 플라스틱 열쇠. 열쇠 하나하나마다 내가 고안한 긴 주문이 있었다. 그 소중한 마법의 열쇠를 한 번에 전부 써버렸다. 키우던 기니피그가 죽었을 때 '천국에 보내주세요'라고 마법을 걸었다. 그 이래 열쇠 수집은 졸업했다.
작가가 다작을 할 수 있는 이유. 처음엔 이 언니처럼 대충 그리고 대충 쓰면 나도 할 수 있겠어 하는 자신감이 들었다가 이런 문장들을 마주하면 작가의 유전자라는 게 있는 것일까 하고 급 경건해지고 만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쓰는 재능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트램을 타고 이번에는 또 다른 빵집 '칸니스톤 레이포모'로 향한다. 이 집 시나몬롤은 헬싱키 신문이 뽑은 시나몬롤 랭킹에서 1위에 오른 적도 있단다. 가게가 몇 군데 되는데, 나는 헬싱키 중앙역 근처 가게로 갔다.
자칫 그냥 지나치기 딱 좋을 만큼 작은 가게다. 진열창을 들여다봤지만 시나몬 롤이 하나도 없다. 마법의 문장을 소환한다.
" 캔 아이 헤브 어 시나몬롤? Can I have a cinamonroll?"
점원에게 시나몬롤이 있는지 묻자 '있다'고 한다. 카운터 뒤쪽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 뭔가. 워낙 명물이라 쉴 새 없이 팔리니까 굳이 진열하고 말고 할 것도 없나보네. 한 개 사서, 일단 호텔로 돌아와 천천히 짐을 싼다.
천천히 들여다보고 꾸밈없이 말을 건네는 것에 우리는 매력을 느끼는 걸까? 천천히 느슨한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훗, 하고 웃어버리는 포인트 그게 중요한 걸까?
기승전결이 두드러지고 스케일이 크고 호화롭게 반전이 있는 이야기들이 주는 압도감도 좋지만 아기자기한 야외 정원 속 온천물에 긴장을 풀고 앉아 가끔 지저귀는 높은 음색의 새소리를 들으며 맑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은 청량감 있는 이야기가 주는 이완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네, 하고 「생각을 하고 싶어 떠난 핀란드 여행」을 보면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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