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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그거 얼만가요?

비싼 행복도 있지, 제주도 글램핑 스타빌

by 신난생강 2022.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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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묵었던 숙소

 

5월 초에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동생이 결혼한 뒤로 첫 가족여행이었다. 이 모든 건 내가 조카 솔스타 수영을 시켜 보고 싶어서 예약한 키즈풀빌라 때문이었는데, 그 가격이면 제주도를 가자고 일이 커져버렸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퉁쳐서 엄마 모시고 솔스타와 함께 제주도에서 글램핑을 했다. 숙소는 스타빌이었고, 올케가 회사 찬스 사용해서 예약을 해줬다. 할인받겠다고 자꾸 올케 카드 그어서 고맙고 미안했다. 숙박비도 꽤 비싸고 바비큐도 비싸서 회사 찬스 아니었으면 가 볼 생각도 하지 못했을 스타빌. 그런데 비싼 만큼 시설도 깨끗하고, 스태프들 아주 친절하고, 붐비지도 않고 그래서 쾌적했다. 연휴라 제주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한라산 기슭에 오붓하니 꾸며진 넓은 공간은 한적했고 수영장, 온천도 우리 가족이 거의 전세 내다시피 했다. 따뜻한 수영장에서 튜브에 둥둥 떠 있거나 따사로운 햇빛 아래 집 마당 해먹에 누워 책을 읽고 있으니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들었다. 여기가 천국인가.

 

우리 숙소는 천장이 동그랗게 뚫린 몽골텐트 같은 곳이었다. 유르트 8M은 중앙 주방, 거실 공간을 중심으로 분리된 침실 두 개가 있는 구조다. 나무 판떼기로 분리되어 있는 거라 방음 같은 건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천막으로 싸여 있는 거라 5월 초 매서운 밤바람엔 윙윙 파도소리 같은 바람소리와 외풍이 있었다. 물론 침대에 전기 매트가 깔려 있어 춥지는 않았다. 넓고 깨끗했고, 욕실, 샤워실, 주방, 거실, 침실 2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집 바로 뒤쪽이 수영장이라 수영장 샤워실을 이용해서 샤워실 사용은 하지 않았다. 수영장 샤워실이 아주 좋음. 기본적인 어메니티 다 갖춰져 있고, 티백과 미니 냉장고에 물, 라벤더 커피가 마련되어 있다. 현미차가 아주 맛있었다.

 

 

 

 

집과 집 사이는 돌담이 쌓여있고 널찍한 간격으로 프라이버시가 충분히 보장된다. 집 마당에 따로 마련된 식사 공간. 개별적인 취사는 불가능하고, 스타빌에서 제공되는 바비큐만 가능하다. 돼지고기가 부위별로 나오고, 랍스터, 새우, 활전복과 각종 야채, 영양밥과 김치찌개, 각종 소스와 밑반찬과 은박지에 싼 고구마, 감자, 구워 먹을 마시멜로가 포함되어 있는데 인당 13만원인 바비큐 치고 아주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스탭이 와서 불 피워주고, 준비해주면서 설명을 해주고 가시는데 직접 구워 먹어야 하는데 저 가격 너무 사악하지 않나요... 양은 무지무지 많다. 어른 4명이었는데 3인만 주문했고, 충분히 먹고 남았다. 어쨌든 스타빌 내에 다른 레스토랑이 없고, 외부 식당은 나인브릿지를 제외하면 꽤 나가야 하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한 번은 경험해볼 만했던 바비큐. 그래도 글램핑인데 바비큐는 해야지.  

 

 

아주 아름다운 수영장은 물 색깔을 저렇게 예쁘게 내기 위해 이태리에서 수입해 온 모래 느낌 나는 바닥을 깔았다고 하셨다. 수영장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카바나를 구경하고 있었더니 스탭이 와서 설명을 해주셨다. 2인 카바나는 투숙객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고, 하루 대여하는 데 100만원이 넘는 카바나도 있다. 스타빌이어서 별 모양 튜브가 비치되어 있어 이용하면 된다. 수영장 바로 옆에 작지만 야외 탄산온천이 있고, 한증막 사우나실도 두 칸 있다. 실내 수영장도 있었는데, 5월 초엔 꽤 쌀쌀해서 야외 수영장이 더 따뜻해서 밖에서만 수영을 즐겼다.

 

스타빌 내에 있는 호수에서 낚시도 할 수 있어 낚시 체험도 해봤고, 페달카트나 전기자전거도 대여를 할 수 있어 씽씽 스타빌을 둘러볼 수 있다. 작은 동물원도 있고, 호수엔 오리 떼도 있다. 멍뭉이들이 훈련 나오는 시간도 있어 어린이들이 옹기종이 구경하고 있더라. 스타빌 이름처럼 야간엔 별을 볼 수도 있는데, 친절한 스탭이 별자리도 알려주셔서 재미있게 별구경을 했다. 망원경으로 볼 수도 있지만 맨눈으로도 아주 많이 보인다. 그리고 숙소에 작은 망원경이 비치되어 있는데 그 망원경 들고 밤 산책을 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봐도 별이 쏟아진다. 첫째 날 밤에 스탭에게 배운 별자리를 두 번째 날 밤엔 망원경 들고나가서 복습하면서 산책을 했다. 북극성 찾는 법을 배웠는데 북두칠성에서 별과 별 사이 간격 일곱 개만큼 아래로 내려가면 희미하게 비치는 별이 있고 그게 북극성이라고. 처음 알았네. 

아, 그리고 도서관이 있다!!! 가기 전에 블로그에서 도서관이 있다는 걸 보고 가서 따로 책도 챙겨가지 않았다. 별 보고 내려와서 주변을 돌다가 도서관을 드디어 발견!! 오로라 영상이 마구마구 물결치고 있는 그 건물이 도서관이다. 크진 않지만 꽤 훌륭한 큐레이션이라 조용히 책 구경도 하고 책도 읽었다. 도서관에도 티백이 준비되어 있어 현미차 한잔 하면서 「긴긴밤」을 읽었다. 방으로 책을 대여해 갈 수도 있어 해먹에 누워 책읽기. 이용객이 아무도 없어서 2박 3일 동안 도서관도 독차지.   

즐길거리들이 많아서 2박 3일도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해도 훌륭하다.

 

스타빌에 있으면서 돈이 아주아주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 편안했고, 즐거웠고, 존중받는 느낌이었다.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 훌쩍 이런 곳으로 떠나올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휴식다운 휴식. 가족들의 마냥 웃는 얼굴. 행복했다. 

가끔은 비싼 행복도 참 좋다. 훌륭한 것들을 경험하고 나면 잘 살고 싶은 마음이 드니까. 잘 살아서 또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는 비싼 경험들도 과감히 해보는 것이 좋다. 삶의 영역이 한단계 더 확장된다. 그렇게 낯선 것들을 경험하고 나의 영역을 확장해 가는 게 인생 아닐까. 평생 모험가로 살고 싶다.  

다음엔 반달씨와 함께 가야지. 반달씨와 간다면 더 편안한 여행이 될 것 같은데... 내가 부자 돼서 꼭 데려가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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